일 핑퐁 치기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일을 하는 나, 딱 거기까지만 하면 깔끔하겠지만 사실상은 그 이후 단까지 책임지게 된다. 바로 문의에 답을 해주는 일이다. 상품에 대한 문의라는 게 끝이 없어서 상품뿐만 아니라 가격이나 디자인, 기능, 사이즈, 회사의 제도적인 부분까지 꽤나 광범위한 문의가 이어진다. 내가 아는 부분은 바로 답을 주곤 했지만 그러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해당 팀의 담당자를 연결해주곤 했다.
“이 부분은 왜 그런 건가요?”
“글쎄요. 이런 부분까지는 알고 있는데 나머지 부분은 A팀 b 씨한테 한 번 여쭤보시겠어요?”
그런데 b 씨는 사실 그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만큼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서 보통 b 씨에게 무언가를 물어봤던 사람들은 다시 내게로 질문을 하곤 했다.
“b 씨가 이담님께 문의하라는데요?”
“아… 그래요? 일단 저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
보통 이런 식으로 일을 하고는 넘기고는 했는데 오늘은 b 씨가 참다못했는지 내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b입니다.”
“네에, 안녕하세요.”
“아니 이런 문의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런 부분은 상품기획에서 정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아니 이런 부분까지 상품 기획이 정하는 게 맞나요? 이건 정책적인 거잖아요?”
“전임자한테 물어보니 이런 건 상품기획에서 한다는데요?”
“네? 이건 누가 봐도 정책이 아닌가요? 저희도 그래서 늘 A팀에 의견을 묻고 상품을 출시하는 거 아닌가요? “
핑!
퐁!
서로 답이 없는 일 쳐내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b 씨는 타 부서 사람에게 물어보았는지 A팀에서 일을 진행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당연해도 좀 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퇴근 후에 한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이런이런 부분에 대해 질문드리려고 해요.”
“네에 이 부분은 이런 것 같고,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b님께 한번 문의해 보시겠어요? “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이분에게 연락이 왔다.
“b님이 이담님께 문의를 해보라고 하셔서요…”
“아… 네네. 고생이 많으시네요. b님도 아직 업무를 맡으신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우선 제가 내일 출근해서 한 번 알아보겠으니 조금 기다려 주시겠어요? “
이렇게 말하고 있자니 조금 웃음이 났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을 겼다니. 이건 b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문의를 돌리는 나에게 짜증이 났을 거다. 그렇지만 난 내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바운더리를 치고 일을 쳐내고 있었다. 사실 문의에 답을 해 줄 정도를 알아내기만 해도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말이다. 나도 어느새 “제 담당이 아니”무새가 되어버렸던 건가 싶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내일은 이 담당자한테 전화라도 한 번 걸어봐야겠다. 그리고 조금 더 업무에 대해서 알아나가야지 싶다. 제담당이 아니무새는 새장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