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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17. 2024

안 하는 것보단 하는 시늉이라도 하기

세차대신 물을 뿌리면서

날씨가 변덕스럽다. 눈이 오기도 하고, 쨍하기도 하다. 길 상태도 좋지 않다. 눈이 녹은 물들이 흙탕물이 되어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차가 조금씩 더러워졌다.


“세차해야 하는데…”


남편이 세차를 하고 싶어 했다. 차도 꽤나 더러웠다. 문제는 추웠다. 마음먹고 세차를 할 날씨가 아녔다. 차를 아끼는 남편으로서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세차장을 지나고 있는데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물만 뿌릴까?”


“그래. 물만 뿌려도 꽤 괜찮을 거야.”


하부에 염화칼슘이 붙게 되면 밑면에 녹이 슬 수 있기 때문에 하부 세차를 하고 겉 부분만 물을 뿌렸다. 둘이 호호 손을 불어가며 걸레로 물기도 닦아 주었다. 거품을 내어 대청소를 하거나 왁스칠을 하는 본격적인 세차는 아니었지만 차가 꽤나 깔끔해졌다.


“안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하니 훨씬 좋네.”


“그러게. 마음이 개운하다. 잘했네.”


세차를 하고 돌아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의욕이 없고 하고 싶은 게 없을 때, 그때는 그냥 드러누운 상태에서 손만 까닥 움직여 보는 거다. 뭐라도 해보는 거다. 그게 꼭 본격적이고 큰 덩어리의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하는 시늉이라도 해 보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삶은 많이 나아진다. 밝아진다. 조금씩 제 페이스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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