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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Feb 12. 2024

자욱한 구름 속에도 햇살은 비춘다

기억하지 못했던 행복한 날들

“잘 가라 2023년!”


2023년이 지나갈 때 속이 후련했다. 지긋지긋했던 그리고 유달리 힘들었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보통은 다가올 한 해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번에는 얼른 지나가버리라는 퉁명스러운 마음으로 묵은해를 보냈다.


그리고는 몇 달 후 설이 되었다. 이번 연휴에 예기치 못하게 가족을 만나는 일정 몇 개가 취소되었다. 집안 정리를 했다. 쌓여 있던 재활용 쓰레기도 치우고, 침대 아래의 묵은 먼지도 떨어냈다. 침대보도 싹 들어다가 빨아 말렸다. 뭔가 더 할 일이 없을까 하다가 아이패드 저장용량을 확인하고는 용량을 많이 차지하는 영상을 좀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위해 영상들을 쭉 살펴봤다. 대부분 예전에 찍어두었지만 정리는 하지 못하고 있던 영상들이었다. 그런데 찍은 걸 보다가 작년 가을에 여행을 가서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 속엔 여행지에서 멋진 풍경을 만나 만족해하며 활짝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이런 때가 있었구나.’


새벽이었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그 위로 떠오르는 일출로 유명한 산에 올라갔는데 날을 잘못 잡아서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보러 가려고 했던 해는 보이지 않고 바람은 잔뜩 불어 너무 추웠다. 아쉬운 대로 산을 둘러보다가 내려가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름 사이로 찬란한 태양이 떠올랐다. 그 순간, 어두웠던 갈대밭이 금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조금 후 언제 그랬나 싶게 구름이 다시 해를 가렸다. 해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멋진 풍경을 본 내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힘들었다고만 생각했다. 어둡고 캄캄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힘들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힘들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힘듦 속에 기쁨도 있었고, 기쁨 속에 슬픔도 있었다. 버텨야만 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훨훨 날아오를 것처럼 기쁜 일들도 분명 있었다. 무엇을 주로 보느냐는 내 몫이었다. 작년 연말의 나는 힘들었던 내 삶의 한 부분에 너무 많이 집중했었구나 싶었다. 분명 행복하고 따뜻했고 찬란했던 날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음력 1월 1일이 지났으니 다시 다짐해 본다. 올 한 해는 내게 주어진 것들 중 행복을 찾는 데 더욱 집중해야겠다. 불행과 슬픔도 오겠지만 거기에 너무 연연하지 않겠다. 행복한 순간들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나와 함께하는 내 가족들과 함께 그런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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