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
아이랑 시간을 보내다 보면 투닥거릴 일이 있다. 하루는 아이에게 어떤 부분을 지적했는데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역시 곧 울겠구나.’
생각하는 사이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재민아 어디에 있어?”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보통은 짜증을 내면서 울곤 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가 내 시야에서 사라져 조용히 있었던 거다. 몇번 더 소리내어 아이를 찾자 아이가 나에게 왔다. 조금 나아진 얼굴로. 나도 흥분이 가라앉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황을 정리하고 재발방지 확약을 받아내고는 아이와 함께 다시 평상시처럼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난 아무것도 몰랐다.
그날 저녁, 아이와 함께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 사실은 말이야. 나 아까 엄마가 불렀을 때 침대에 혼자 누워있었어.”
“그랬구나. 왜 그렇게 한 거야?”
“응. 선생님이 화가 나면 혼자서 차에 가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대. 그렇게 있으면 화가 가라앉는다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 본 거야.”
“그랬구나. 정말 잘했다 재민아.”
아이가 이 말을 하는데 온갖 감정이 들었다.
‘이렇게나 자랐구나. 성장했구나.’
뿌듯했다. 그리고 그런 멋진 행동의 롤모델이 더 이상 나나 남편이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사실도 생소했다. 이제는 우리 말고도 영향을 주고받을 어른이 생겼구나 하니 이제 정말 아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홀로서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뭇 놀라웠다.
이제 점차 아이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에게 잘했다고 엉덩이도 토닥여주고 뽀뽀도 실컷 해 주었다. 해 줄 수 있을 때 많이 해줘야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