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눠 먹는 게 맛있다
나도 부모인지라 가끔씩은 아이와 이야기할 때 선생님처럼 바른생활 교본처럼 말을 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아이 친구가 놀러 온다기에 같이 먹을 간식을 고르고 집에 가는데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이거 수빈이랑 나눠 먹을 거야.”
“그래 재민아. 나눠먹으면 더 맛있어.”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났다. 대학생 시절, 내가 군것질 거리를 사면 꼭 옆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다가 얌체같이 ‘한입만~’하면서 내 걸 뺏어 먹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 일이 자꾸 반복되자 어느 날은 내가 심통이 났나 보다. 그 친구에게 이런 선언을 했다.
“나 오늘 이 과자 한 봉지 다 먹을 거야. 손대지 마.”
웃기는 소리였지만 그날 나는 매우 진지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보는 앞에서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었다. 전체를 내가 모두 취하면 포만감과 약간의 승리의식에 기분이 좋을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 배는 더부룩해졌고, 더부룩한 배 때문인지 앞에 앉아있는 뚱한 친구의 얼굴 때문인지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때 깨달았다. 친구가 조금 얄밉긴 했지만 친구 덕분에 내가 욕심내서 양껏 내 배를 채우지 않았고, 그때문에 내가 군것질을 기분 좋을 정도로만 할 수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때 이런 생각을 또 했다. 맛있는 음식이 칼로리가 높은 건 그걸 나눠 먹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아들이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말을 바꾸어 주었다.
“그게 아니지 엄마. 나 혼자 먹는 것도 맛있지만, 같이 먹으면 더 맛있는 거야.”
“그래. 네 말이 맞다.”
아이의 말이 참 맞았다. 나 혼자 누렸을 때도 달콤하지만 함께 나눌 때 그게 더 의미 있어지는 거다. 그게 음식이든 돈이든 말이다. 24년도도 역시 넉넉하게 내 것을 흘려보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 혼자만, 내 가족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충분히 즐거워하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