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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pr 17. 2024

예쁨 받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Epilogue

나는 지금 퇴사 후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후후. 


별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는 브런치에 '예쁨 받는 직원은 아닙니다만'이라는 카테고리로 올리던 이 글들을 마무리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다시 회사에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예쁨 받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또 더 이상 예쁨 받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는 변변한 아르바이트 경험 없이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업무적 능력은커녕 눈치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신입이었던 나는 안타깝게도 나의 부족한 점을 너그럽게 봐주는 선배들이 없던 부서에서 방치되듯 지내게 되었다. 누구 한 사람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회사 화장실 한편에서 눈물을 흘리던 날들이었다. 이때 '예쁨 받지 못하는'이라는 키워드가 내게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입사 초기의 3~4년이 지나자 서서히 사람들이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조금 나아지자마자 내 눈의 들보보다 남의 눈의 티가 잘 보였던 것 같다. 답답했다. 억울했다. 그래서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 글들은 누군가를 험담하는 내용들이 많다. 글을 쓸 당시에는 회사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되돌아서 읽어보면서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별달리 남는 것도 없고, 타인이 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많이 지우고 또 수정했던 글들이었다.


마지막 글들은 나를 돌아보는 글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이때 내가 절절하게 느꼈던 것은 '내가 언제나 옳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다시 한번 내 부족한 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들이 많았고, 그렇게 쓴 글들이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힘들 때마다 들춰보며 용기를 얻기도 하고, 독자님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다. 그렇게 글도 나도 조금씩 커나가던 시기였다. 그리고 돌아보니 나는 늘 예쁨 받지 못하는 비주류의 삶을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비주류의 나를 지켜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퇴사를 하려고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를 하면서 더 느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단 걸.


그리고 더 이상 나는 예쁨 받기 위해 일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누군가의 마음에 쏙 들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려 한다. 예쁨 받지 못했던 사람이 아니라 예쁨 받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 보려 한다.


그게 이 책의 결론이라면,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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