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과 책임의 차이
뉴스에서 아이를 낳고 버리는 사람들이나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쯧쯔. 저런 사람은 애를 낳지 말았어야지…’
그런데 이번 주말, 나는 심각하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정말 아이를 낳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을까?
발단은 이랬다.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가 좀 피곤하기라도 하면 아이의 뭔가가 툭 건드려진다. 아이는 갑자기 생떼를 쓰고, 이 상황을 그냥 받아주지 못하는 나는 그 생떼를 받아주지 않고 논리로 맞선다. 논리로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는 자신의 부족한 근거를 감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 속을 헤집는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내가 본인에게 섭섭하게 했던 행동이나 말을 끄집어 내게 내민다. 나는 이미 다 지난 일을 속 좁게 붙잡아 내밀고 있는 아이를 보고 화가 치민다. 첫 번째 일은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옛날 일까지 붙들고 가져오는 꼴은 보기가 너무 싫어진다. 기윽고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는 운다. 혹은 토라진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잠에 든다. 피곤해서 짜증이 났던 것이다.
반복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과정을 왔다 갔다 했다. 진이 다 빠졌다. 이것은 싸움이다. 혼냄이 아니었다. 싸움은 두 사람이 비슷할 때 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싸움이 끝난 뒤 나는 엄청나게 허탈해졌다. 아직 어린아이를 상대로 어른인 내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게 부끄러웠다.
‘나 같은 사람은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부족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아이를 낳고 기를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물었다.
“나…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나?”
“음… 아닐걸. 만약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본인의 이런 점을 고치거나 반성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그건 그러네.”
“어쩌면 영영 모르고 그냥 이기적인, 유치한 사람으로 늙어갈 수 있었겠지.”
“그나마 애를 낳아서 이런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건가?”
“그렇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우리도 조금씩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중인 것 같아.”
“자꾸 화가 나.”
“나도 그래. 아까 나 재민이가 레고 밟고 넘어졌을 때 레고한테도 화냈잖아.”
“(웃음) 그러네.”
아이를 낳는 것에는 자격이 없다. 그런데 아이를 낳는 것에는 책임이 있다. 자격은 선불이라면, 책임은 후불이다. 자격이 없든 있든 일단 아이를 낳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진 사람이 아이를 낳고 기른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그런 책임을 잘 이행하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내가 나를 봐도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봐야겠다. 아니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할 거라면 좀 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