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강함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기 위하여

by 서이담

일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생겼다. 그 중 하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문제다. 이제 직장생활도 10년차가 넘은지라 왠만한 사람들과는 둥글게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었나보다.


함께 일하는 분이 좀 까칠한 성격인데,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것들을 ‘솔직함’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지적을 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 같으니 계속해서 딴지를 걸고 지적을 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참 힘들었다.


그런데 지난 주, 나를 힘들게 하던 그 분이 갑자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폭탄 선언을 해버렸다. 그날, 우리팀과는 별 일이 없었는데, 몇시간 뒤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상사에게 그런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아… 이 사람 많이 힘들었구나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이 분이 타 부서와도 편안하게 지내시지 못한다는 것을. 타부서에 계신 분들도 만만치 않게 까칠하고 터프했다.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구조이다보니 작은 일 하나에도 굉장히 예민해졌다. 우리팀은 그게 참 신기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똘똘 뭉쳐야 하는데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일에 매몰되어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참 안타까웠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함께 일하는 분이 계속해서 요청했던 일이 있었다. 우리의 업무 마무리 일자는 정해져 있었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날이 한참 뒤라 여유를 가지고 하고 있었는데 폭탄선언을 한 날의 메일을 보니 그 업무와 관련해서 상사에게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도와달라고 하시지


안타까웠다. 도와달라고, 힘들다고, 그래서 빨리 이것부터 좀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솔직하고 간곡하게 이야기했으면 아마 더 빠르게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자꾸 재촉하고 지적하듯이 이야기하니 자연스레 마음에 반발심이 들었다. 더 도와주고 싶다가도 그러질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부랴부랴 그 분이 원하시는 일들을 조금씩 더 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진짜 강함은 약함을 인정하는 데에서 나오는 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방어하고 또 방어하기 위해 때로는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냥 탁 내놓고 약하니까 좀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자세만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정말 강한 사람은 약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어야만이 부러지지 않고 휘어질 수 있다.


모쪼록 그 분이 마음을 잘 추스리시고, 이 사태가 원만히 잘 해결되어 지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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