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

by 서이담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씩 줄이고, 그 대신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유재석이 어느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20대 때는 담배나 밤을 새우는 일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한두 살 들다 보니 이런 일들을 하나둘씩 줄이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한다는 차원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도 그랬다. 밤늦게까지 노는 일이나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는 일을 줄이고 운동을 챙겨서 한다. 건강뿐만이 아니다. 나이를 먹고 보니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보다 더 중요해진다.


올해만 세 번째 같은 곳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다. 전혀 예상도 못했고 원하지도 않던 일이다. 아니 사실은 출장 가기가 싫었다. 고생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뭘 해. 가서 일해.”


상사에게 지난번 출장을 갔다 왔다는 보고를 했을 때 다시 출장을 가서 일을 지속적으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 혼자 가는 것은 아니고 몇 명이 팀을 꾸려 함께 출장을 나오게 되었다.


출장을 나와서 하루 이틀 일을 하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일이 참 힘들었다. 사람들도 까칠하고, 일이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오면 안 됐던 거였어. 에효. 혼자 안 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며칠 뒤 현지에서 일하는 직원의 사정을 듣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졌다는 이야기였다. 출장자인 나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매일 이곳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괴롭겠는가. 갑자기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우리는 이 사람 때문에 오게 된 거였구나.’


이 사람의 고충을 들어주는 일. 그게 내가 그리고 함께 출장을 온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하기 싫지만 꼭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었던 거다.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잘 마치고 돌아가야겠다. 이 사람을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꽉 충전됐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누군가의 엄마라면, 딸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