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의외로 이성적이다

내가 더 감정적이다

by 서이담

"안돼~!"


이렇게 말하는 나를 보고는 문득문득 놀라곤 한다. 결혼 전에 아이에게 무조건 "안돼!"라고 말하는 부모들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차곤 했으면서, 이제는 내가 '안돼' 이 단어 없는 문장을 아이에게 거의 쓰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이 말을 왜 쓰냐면,


1.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이건 그럴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패스


2. 아이가 떼를 쓸 때, 그래... 음.... 그럴 수는 있다. 그렇지만 꼭 똑같이 소리를 질렀어야 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당당하게 답은 못하겠다.


3. 아이가 텔레비전을 좀 더 보겠다고 할 때 등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내 의지에 반해' 하려고 할 때. 이 경우는 요새 좀 많이 반성이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일화 때문이다.


가끔 시어머님께 아이를 맡기곤 하는데 어머님은 아이를 혼내시는 일이 별로 없다. 부드럽게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다 받아 주신다. 난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해주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시어머님이 아이를 '그저' 받아만 주신 것은 아니었다. 부드럽게 아이를 타이르고 계셨다.


"OO야, 우리 텔레비전 다 보고 밥 먹을까?"


그런데 아이는 내가 예상한 아이가 아니었다. 정말로 텔레비전을 어느 정도 보면 스스로 끄고 밥을 먹었다.


"어머님, 얘 집에서는 안 그래요. 착한 척하는 거예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살짝 충격을 받았다. 내가 괜한 화를 아이에게 내고 있었나?




다시 집으로 와서 조금씩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미운 네 살이니만큼 죽어라 말을 안 들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지르고 만다. 주로 아이와 싸우게 되는 건 유튜브 시청 시간에 대해서인데 하루는 속는 셈 치고 평소처럼 떼를 쓰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우리 한 개만 더 보고 끌까?"


그리고 나는 다른 일을 하느라 이 약속을 한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이제 테레비 끄고 싶어요."


오 놀라워라! 우리 애가 이런 애였다니. 동네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애를 너무 감정적으로 몰아세운 건 아닐까. 이렇게 의젓하고 절제력 있는 아이었다니! 아이를 말로 엄청 칭찬해주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더니 얼굴에 으쓱으쓱거림이 배어나왔다. 짜식.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이성적이지 않다기보다는 그저 주의력이 좀 없는 것 같다. 우리 부모들은, 아니 나는 때로 아이보다 더 크게 감정적으로 행동해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이 생긴다. 그때마다 꼭 후회를 하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를 좀 더 믿어줘야 할 지도 모르겠다. 잘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잠깐 내 말을 듣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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