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의 병캉스(병원 바캉스)

정신이 든 그 순간부터, 엄마

by 서이담

며칠 전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평소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나 입원했어~"


"에? 무슨 일이에요?"


"팔이 너무 아픈데 열이나 가지고 응급실에 왔는데 바로 입원했어."


약간 울먹거리는 목소리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코로나 시국이라 열이 있으면 무조건 음압 병동에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보호자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 들여보내기 때문에 입원한 당일에는 보호자도 옆에 없다고 했다.


아픈데 혼자다. 게다가 음압 병동이라니. 나 같아도 엄청 공포심이 들겠다 싶었다. 엄마는 다행히 코로나 검사가 빨리 나와서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됐고 다음날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내일 쉬니까 갈게요."


나는 엄마도 볼 겸 병간호도 할 겸 하루 내려갔다 오기로 했다. 다행히 다음 날이 휴일이라 그렇게 할 수 있기도 했다. 아빠에게 물어보니 보호자로 병실에 들어오려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 날 점심을 먹고 바로 임시 선별 진료소를 찾아 코로나 검사를 마쳤다. 코에 훅 들어오는 면봉 촉감이 짜릿했지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검사는 아니었다.


다음 날,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전 9시가 넘은 시간에 음성(정상)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받고 곧장 병원으로 갔다. 아빠와 교대를 하고 병원엘 들어갔는데 엄마가 다 죽어가는 얼굴로 나를 맞았다. 수술을 받은 후 너무 어지럽고 메슥거려서 죽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해 보였던 엄마가 꼭 아이처럼 보였다.


엄마를 보살피는 과정은 꼭 내 아이를 돌보는 것과 비슷했다. 엄마의 말에 따라 이것저것 가져다 드리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서 머리도 감겨 드리고. 만약 내가 아이가 없었다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미 아이에게 단련된 몸이라 그런지 말이 통하는 엄마와 있는 시간이 꼭 휴식시간 같기도 했다. 마침 아이가 없으니 조용하기도 하고, 장난처럼 콘도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삼 시 세끼가 나오는 호텔이라니, 이것이 세 끼를 차려야 했던 엄마와 나에게 휴가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자꾸 속이 안 좋다고 말씀을 하셔서 병원 로비에 나가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병원 1층에 편의점이 있어 구경도 할 겸 들렀는데 엄마가 손주 먹을거리를 하나 사라고 하셨다.


"엄마, 아픈 사람이 웬 손주 걱정이야."


"아니, 그래도 이따가 올라갈 때 찡얼거리면 하나 먹이면 좋잖아. 골라 어서."


"아이 참, 알겠어요."


나는 아이에게 줄 초콜릿 하나와 엄마가 먹을만한 바나나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엄마가 속이 다시 안 좋아져서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에서 엄마 발을 주물렀는데 그게 효과가 있던 건지 아니면 때마침 엄마 몸이 나아져서 그런 건지 메슥거림 증세가 없어졌다. 참 신기했다.


밤 9시쯤 이제 아빠와 교대하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바나나를 좀 더 가지고 가라면서 몇 개를 담아주었다. 나는 싱싱한 것들을 남겨놓고 조금 갈변된 것을 가져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갈변된 건 본인이 먹겠다며 나를 말렸다.


에구... 바나나 하나 반찬 하나 다 딸, 사위, 손주를 위해 주려다가 엄마 몸이 저렇게 상했구나 생각을 하니 속이 상했다. 그래서 엄마 몸을 더 챙기라고 잔소리를 해 버렸다. 엄마는 아파도 엄마 역할을 하려 애썼다. 아니 애썼다기보다는 그게 몸에 배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과 말이었다.


'아파도 엄마구나, 정신이 드는 그 순간부터 아이를 챙기는 게 엄마인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엄마라는 숙명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자리는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