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네가 부럽다
아이와 차로 등 하원을 하는 나, 남편이 차 쓸 일이 있어서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지하철로 집에 왔다. 지난번에 한 번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말을 안 들어서 정말 힘이 들었다. 이번에는 아예 빨리 가려는 마음을 내려두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쉬면 쉬고 놀면 놀면서 집에 가기로 했다.
아이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구경하고, 벌레가 나오면 잠시 앉아 쫑알대기도 했다. 짐을 가득 들고 있는 나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아달라고 떼쓰기도 했지만 상황을 잘 설명해서 겨우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중간에 목마르다고 떼쓰는 바람에 편의점에서 물도 하나 사 먹고. 그렇게 평소에는 20분 걸어갈 거리를 거의 50분이 넘게 걸려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탔는데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노약자석 쪽에는 자리가 있을까 해서 그리고 갔는데 역시 자리가 없었다. 에고... 서서 가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앉을자리는 어디에 있어?"
아이가 큰 소리로 내게 물었다.
"어... 그건 말이야..."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이는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어, 앉을자리가 없네?"
아이가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자 앉아있었던 사람들이 조금 동요하더니 약간 젊어 보이는 아저씨와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할머니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애기 엄마, 여기 애 앉혀요. 나 다음에 내려요."
헉.. 저분은 너무 나이가 많아 보이셔서 도저히 그 자리에 못 앉겠다. 난감한 표정으로 당황해하고 있는 내게 젊어 보이는 아저씨(혹은 할아버지)가 양보하시며 아이를 앉히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하하"
아이란 존재는 신기하다. 어른과 달리 꾸밈이 없다. 아니 어른이 이상한 걸까? 때때로 나는 누가 나에게 함부로 하거나 당연한 것을 거절당할 때 말문이 막혀버린다. 저렇게 아이처럼 질문하듯 툭 나의 의견이나 감정을 내비칠 수도 있는데 나이가 들 수록 그게 쉽지가 않다.
태연히 의자에 앉아 장난도 치며 즐거워하는 내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당당한 네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