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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희 북노마드 Feb 20. 2020

'아니오'라는 말이 만병통치약입니다

좋아서,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려는 것, 모든 사람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중단할 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하루는 여유로워요. 해야 할 일을 잊은 건 아닌지 점검할 정도로 일이 없습니다. 간섭받지 않습니다. 시간을 마음대로 씁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납니다. 남는 시간에 운동하고, 커피를 마시고, 서점에 가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마음’을 지킵니다. 편안함과 무료함 사이, 그 사이가 ‘도(道)’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1인 출판사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중요한 일만 합니다. 다른 일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것 사이에 나를 놓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의무와 제안에 선을 그어요.  ‘아니오’라는 말이 만병통치약입니다.




간혹 일의 원칙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억지웃음으로 넘긴다. 책을 만드는 일에 확고한 생각이나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편집과 디자인에 흥미를 가진 ‘책의 엔지니어’다.


출판계를 둘러보면 좋은 출판인이 많다. 

탁월한 베스트셀러 제조기, 꼼꼼한 교정 교열, 작가와의 원활한 관계, 편집과 마케팅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함, 출판에 대한 굳은 신념……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편집자의 활약은 눈부시다. ‘편집에 기술 같은 것은 없다’고 일갈하는 40년차 프리랜서 편집자 쓰즈키 쿄이치, ‘대화’를 바탕으로 편집과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넘나드는 스가쓰게 마사노부, 2017년 출판사를 설립해 1년 만에 100만 부를 팔아치운 ‘천재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의 소식이 들려온다. 그 틈바구니에서 나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 관심 있는 평범한 편집자일 뿐이다.


나는 주로 ‘작은’ 책을 만든다. 출판 강의에서도 ‘작은 책’을 이야기한다. 

요사이 출판계가 주목한 편집과 디자인은 대부분 ‘작은’ 출판사에서, ‘작은’ 시장 사이즈에서, ‘작은’ 판형과 ‘작은’ 이야기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시장을 선도하는 베스트셀러가 제작비 손실을 고려해 기본 판형과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제목, 구성, 문장, 편집, 디자인, 마케팅으로 이루어질 때, 작은 책은 ‘예쁘다’ ‘이것도 책이 될 수 있구나’라는 반응과 갸웃거림을 이끌어냈다.


작은 책의 편집 디자인 실험은 소규모 출판과 독립 출판으로 옮겨갔다. 기성 출판은 지속적으로 시장이 ‘작아졌고’ 거의 모든 책들이 ‘작은’ 시장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작은 책의 시대다.






만약 좋은 편집과 디자인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어떤 스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독특한 ‘방식’에 있다고 믿는다.



‘책의 엔지니어’라는 개념은 여기에 바탕을 둔다.


내가 되기 위해 일하고 그 일을 통해 세상에 나아간다.


해야할 것과 지켜야할 것 사이, 선명하게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  윤동희. 그의 브런치에는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에 실린 본문 내용과 함께 원고에는 없는 윤동희만의 또다른 이야기가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함께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산문집 『 좋아서, 혼자서 』

YES24 : http://bit.ly/2ZC1W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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