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혼자서
많은 레코드 회사들이 없어졌지만, 음악이 여전히 존재하듯
출판사는 없어져도 책은 존재할 거라 믿습니다.
1인 출판을 하고 있지만, 나는 출판사가 영원히 남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물리적 기록 매체에서 데이터로 환경이 변화했습니다. 많은 레코드 회사들이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음악은 존재합니다. 어느 시대보다 왕성합니다. 출판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 ‘지금’의 출판사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출판의 역할이나 책이라는 매체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때는 북노마드 대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출판 생태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독립 출판, 독립 서점은 SNS를 경로 삼아 ‘힙’이 되어버렸다.
힙의 본래 의미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단순히 멋진 게 아니다.
독립출판은 세상을 향한 불협화음의 기술이어야 한다. 다름과 함께해야 한다. 계층, 민족, 경제, 정치, 제도적 차이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에 나의 시각 언어와 목소리로 접근을 시도하는 ‘예술 행위’가 되어야 한다.
독립 출판은 여러 목소리의 집합체다.
여러 계층, 인종, 문화, 경제적 계급이 혼재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목소리와 이질적인 가치들이 부딪히며 진화하는 동시대 한국 사회의 면모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독립 출판, 그것을 소개하는 독립 서점이 요청된다.
독립 출판은 유행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믿는 시대의 가치에 역행해야 한다. 뭔가 일어나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생활, 그 생활 속의 작은 행복, 소소한 기쁨, 별것 아닌 즐거움을 말해야 한다. 동시대 한국의 서사를 경유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가치가 떨어진다. 독립 출판은 그 실험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페미니즘, 우울(증) 등 작가들의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다른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은유를 담은 언어를 구사하는 독립 출판물을 향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이유다.
이제 독립 서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작가 토크에 머물지 않고 또다른 발화가 펼쳐지는 임시적 ‘세미나’가 되어야 한다. 그 ‘세미나’의 과정을 또다른 발화 형태의 독립 출판물로 만드는 재순환을 기대한다. ‘애플뮤직’이 작게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크게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인식되듯이 독립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자 대안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독립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학교로, 전시장으로, 작가의 공간으로, 지역의 명소로 확장될 것이다.
내가 되기 위해 일하고 그 일을 통해 세상에 나아간다.
일을 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생태계를 고민하는 사람 윤동희. 그의 브런치에는 산문집 『좋아서, 혼자서』에 실린 본문 내용과 함께 원고에는 없는 윤동희만의 또다른 이야기가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나만의 보폭과 나만의 속도로, 흐리지 않고 선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함께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교보문고 : http://bit.ly/31i9mf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