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니레아 Mar 27. 2024

뜨거운 공기에 차가운 단지 우유

아무튼, 목욕탕 - 정혜덕 저

아무튼, 목욕탕


아무튼, 목욕탕
정혜덕 지음

아무튼 시리즈 중
제일 끌렸던 아무튼, 목욕탕
어릴 적 추억 속 목욕탕 장면이 떠오르는 책
맘 가는 데로 기록해 봅니다.





어린 시절 엄마손 잡고
나랑 동생은 주기적으로 가는 목욕탕을 왜 이렇게 가기 싫었는지....

(아마 안경을 벗어야 하고 뜨거운 기운이 숨 막히는 느낌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이 탕에서 시원하다고 하는데 그걸 이해 못 하는 나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목욕탕 가면 단지 우유 사준다는 엄마의 꼬임 없이는 도통 가질 않았다.
얼굴이 시골아이처럼 빨개지고 손가락이 퉁퉁부을때까지 놀다가

다녀온 기억이 솔솔 난다.
김모락 후끈한 탕에서 먹는 단지 우유의 맛은 진한 바나나맛과 식도부터 위까지 펴지는 차가운 느낌 캬캬 -_-) b 너무 좋다!!


막상 가면 동생과 나는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다.

목욕탕 작은 바가지 두 개를 공 모양처럼 만들어 잡고선

냉탕에서 수영선수라도 된마냥 개헤엄 치고 놀다가

때밀이 이모에게 혼도 나고

(수영 금지되어 있었지만... 어릴 때니까 그렇게 재미있다.)


때 미는 게 너무 힘들고 아파서

대충 하다가

엄마에게 등짝 스메싱 맞고

(이태리 타올로 등 때 밀다가 맞으면 그렇게 따갑다.)

벌겋게 되도록 밀림 당해서 살이 따갑다고 엄마에게 투정 부리며 싫었었는데
그게 엄청 시원하고 좋은지 얼마나 개운한지 그땐 왜 몰랐을까!!!






피곤이 밀푀유 나베처럼
차곡차곡 쌓인 저녁 8시에 목욕탕에 가면
침침한 눈이 순정만화 주인공의 다이아몬드
박힌 눈방울로 바뀐다.
어깨에 얹혔던 생존과 생계의 짐은
간 데 없고 부드럽게 돌아가는 목을
되찾아 올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운 좋으면 마음의 괴로움과
영혼의 그을음까지 씻을 수 있다.

책 속의 말에






어쩜 이리 표현이 찰떡인지
웃으면서 추억에 잠기면서
가볍게 읽기에 너무 좋다.

(밀푀유 나베처럼 쌓이던 피곤이 순정만화 주인공의 다이아몬드 박힌 눈방울로 바뀐다니)

어쩌면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제일 끌린 이유인 듯하다.


이 책은 읽으면서 코에선 추억 속 익숙한 목욕탕 냄새가 나는 것 같다. -00-

심리학 용어 찾아보려니 잘 모르겠다 ㅎ

비슷한 용어론 프루스트 효과로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을 받아서

비슷한 냄새를 맡았을 때 그 당시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한다.

추억을 회상하며 냄새를 맡는 거니까 반대이려나...?









우리 아이는 이제 목욕탕을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게 되었고

모든 일상생활이 제한되는 시대가 와버렸다.

준비도 안되었는데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의 한 부분을 같이 못 나누게 되었다.

또 언제 나눌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 확신 초기 아이가 물었다.

"언제 마스크 안 껴도 돼요?"

나도 모르겠다 했다. 아이에게 이런 경험을 주게 된

어른인 나로서 너무 슬프다.


아무튼, 목욕탕 이 책에 펼쳐진 일상생활 속 일들이

코로나로 발 끊긴 대중목욕탕과 사람들과의 모임 등이 하루속히 정상화되길 바라본다.






위에 글은 브런치 도전할 당시 코로나가 한창일 때의 얘기이다.

발행 전에 지울까 하다가 그 시간의 기록이기에 추억이라 생각하여 남겨놓았다.

오늘도 여전히 각종 전염병으로 주변에서 격리하기도 하지만 저때보단 많이 자유로워졌다.


신랑은 하필 아이랑 같이 목욕탕 갈 나이가 되었는데  코로나 터지는 바람에 많이 아쉬워했.

그러곤 드디아 3년 만인 올해 초부터 고대하던 아들과 목욕탕 데이트를 갔다.


아이아빠도 아이도 목욕탕 가는 날만을 기다렸다.

신랑은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 갔던 날을 회상하며 아이랑 간다는 기대감의 기다림이었고

아이는 엄마는 불가능한 아빠와의 데이트이니 처음이니 설렘가득 기대하는 기다림이었다.


때는 잘 벳겼는지

몸은 깨끗하게 씻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목욕 후 수건양머리하고 매점에서 컵라면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이 담긴 인증샷으로 모든 걸 다했다.


엄마는 절대 모르는

남자들만의 비밀을 간직한 아이는 남자 간의 연대에 대해 소속감을 한가득 얻었는지

한 달의 한번 목욕탕 가는 날을 그렇게나 기다린다.



부러우면서도 오히려 좋아~싶다~~^^

(참고로 나는 아들 둘 맘이다)





삶과 책을 페어링 해드립니다.
Pairing Life with Books by @book.noon_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