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상담소 '박소현편'을 보고
나는 금쪽상담소 애청자다. 넷플릭스를 통해 주말에 한편씩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사연을 들으며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는 나이라 나름 경험치가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진다. 행복한 가정은 똑같은 모습으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고민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는 것에 놀란다.
어떤 사람의 이해 안 되는 행동도 그 단편적인 모습만 봐서 그렇지,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인생을 알게 되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금쪽 상담소에서는 방송인 박소현이 나왔다. 박소현의 고민은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거다. 건망증이 심해서 한번 소개팅 한 사람이 두 번째 또 나왔는데 알아보지 못했으며, 박나래와 2주 전에 한 시간 동안 통화한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심각했다. 반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관련은 그 누구보다 세세히 기억한다고 한다.
오은영 박사는 박소현의 증상을 행동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ADHD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음의 고통을 잊고 싶은 것이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 같다며, 혹시 상처가 있냐고 물었다.
박소현은 부상으로 발레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것을 오은영 박사 앞에서 털어놓은 것이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 다는 박소현에게 박사는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이나 상처를 소화시키지 못하니 망각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그냥 흘려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갑자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명랑하던 딸이 사춘기가 되면서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딸을 위로해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너무 오래전이라 가물가물해졌지만 내 마음속에 ‘슬픔이’라는 존재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슬픔이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슬픔이’가 있어야 ‘기쁨이’도 함께 할 수 있다.
박소현도 슬픔을 느끼지 않으려다가 아예 기억을 상실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 불안,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은 이들이 역기능뿐 아니라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그 감정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평소에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순간이 갑자기 다가왔을 때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금쪽 상담소 박소현 편을 보고 나서 부정적인 감정에서 도망가려 하지 말고 의연하게 잘 다루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에서 ‘노’와 ‘애’ 없이는 진정한 ‘희’와 ‘락’도 없음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