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시는데요?

글린이가 글쓰기와 함께 성장하는 삶

by 라온써니


“그나저나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시는데요 ㅎ?


올해 초 같이 쓰기 모임을 했던 분이 브런치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다. 내 생에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모임이다.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가입하였는데 한 달에 한 번 같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모임이었다. 일기도 안 쓰던 내가 1,000자 이상을 써야 한다고 해서 얼마나 당황했던지 기억이 생생하다. 그 무렵 정신이 산란하여 바쁘게 지내고 싶어 충동적으로 가입하였다.


모임 전에 홈피에 글을 미리 공유한 후 만나는 데 터무니없이 조악한 글을 내려니 부끄러웠다. 홈페이지의 ‘등록’이라는 버튼을 누르는데 손이 파르르 떨렸다. 처음 소개 인사할 때 “저는 글쓰기 초보자입니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조아렸다.


4달 정도 하였는데 따뜻한 분들의 솔직한 글 나눔에 글쓰기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글쓰기를 접한 순간이 따뜻했기에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좋은 모임에 참가하게 된 인연에 감사하다. 주말에 시간을 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글쓰기 개인 지도를 받고 싶어서 그만두게 되었지만 소중한 추억이다. 그때 함께 했던 분이 나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댓글을 달아주니 기분이 좋다.


쓰기 모임 숙제로 한 달에 한 편씩 정성껏 독후감을 쓰는데 버리는 게 아까웠다. 다른 사람이 쓴 독후감을 참고하려고 검색하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작가 신청했다가 바로 떨어졌다. 독후감도 올리고 글쓰기 연습도 할 겸 블로그를 만들었다. 쓰기 모임 가입, 브런치 작가 낙방, 블로그 개설이 모두 올해 5월 한 달 동안 이루어진 일이다.


그 무렵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뭐든 집중할 게 필요했다. 때마침 코로나까지 겹쳐 집콕 생활을 하면서 더 매진할 수 있었다. 블로그 이웃이 생기고 소통을 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다. 그 후 5개월 만에 브런치까지 하게 되었으니 나의 밑천을 생각하면 황송할 따름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기쁘기도 했지만 두려웠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부담스러웠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글은 내 실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하소연 글을 퍼부었더니 새로이 쓸 말도 없었다. 종지 그릇보다 작은 나의 생각 주머니를 탈탈 털어낸 것 같았다.


왜 글쓰기가 재미있었을까? 그간 쌓아놓은 응어리가 많았나? 마음속의 괴로움을 파헤쳐서 글로 끄집어 내어놓으니 해결이 안되어도 고통이 덜어지는 듯했다.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이미 어느 정도는 해결되었다는 거다.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부모님 문제는 아직 글로 표현도 못하고 꾹꾹 눌러놓았다. (조만간 글로 써봐야겠다)


블로그 이웃 중에 즐거움에 대해 연재를 하시는 분이 있다. ‘음악을 듣는 순간’, ‘기분 좋은 아침’, ‘열심히 사는 것’ 같은 주제로 쓰시는 데 사소한 글감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장문을 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저요! 저요! 저를 글감으로 해 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을 선택한다. 인간은 생존본능 때문에 위험에 민감한 동물이라고 하더니,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것들은 부정적인 게 많았다. 하지만 이웃의 글을 보는 순간 나도 즐거움에 대한 글이 쓰고 싶었다. 괴로운 순간에도 두 눈 부릅뜨고 글감을 찾아 억지로라도 쓰고 싶었다. 고통을 글로 표현하면 덜어지듯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글로 표현하면 크게 확장될 것 같았다.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글쓰기를 멀리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


5년 동안 쓰레기 글이 나올 수 있다니 글쓰기 경력 5개월 된 나의 글이 허접한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괴로움을 토해내는 글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글쓰기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은 작은 성장을 이뤄낸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쓰다 보면 어디론가 흘러갈 것이고 언젠가 좋은 글이 나올 거라 믿어야겠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증거일 테니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나의 허접한 글을 귀중한 시간을 내어서 읽어주시고 ‘좋아요!’ 버튼까지 눌러주시는 분들 덕에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글 올릴 때마다 진짜 신기했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고마운 마음에 두 손 붙잡고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다.


모임에서 조아리면서 인사했던 글린이에게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격려해 주신 분께도 감사하다.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이다. 지금은 실력 부족으로 나를 위한 글밖에 못쓰지만 언젠가는 읽는 이를 고려하는 글(재미있거나 도움이 되는)을 써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출근은 나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