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3시즌 제

feat. 고마운 독서 치료실

by 라온써니

나의 하루는 도서관(직장), 가정, 취미(글쓰기, 독서) 3시즌제다.

우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첫 번째 시즌 ‘도서관’은 생계수단이다. 밥벌이만 아니라면 진심으로 사랑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사알짝 복잡한 심경의 대상이 되었다.

올 1월에 출간한 <사서, 고생> 책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었고 문헌정보학과에 뜻이 있어 들어온 것도 아니다. 어쩌다가 이길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자세한 내용은 책에 ㅎㅎ)

20대에는 직장은 당연히 다녀야 하는 곳이라 여기고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 결혼 후 직장이 선택의 영역처럼 느껴지면서 독박 육아에 지친 나에겐 직장이란 돈만 있으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40대가 되니 나의 마음은 조금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지금 이 직장이 아니면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아찔해지면서 지금 직장에 대해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이삼십 대 시절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시도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게 되나 보다.

요즘은 직장의 장점이 새로이 속속 생기고 있다. 직장이 나의 관심사를 분산시켜 하나의 고통에 빠지지 않게 해준다. 가정 스트레스와 직장 스트레스라는 고통의 다각화는 오묘하게 영향을 주어 하나의 고통에 몰빵하여 무너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의 저자는 퇴근 후 그림을 그리면서 힘든 직장 생활을 버텼는데 전공이나 먹고사는 일과 무관한 것을 하니 해방감이 들었다고 했다. 즉 하루 2시즌제를 도입하여 관심사를 분산시켰다. 그에 반해 나의 하루는 집안일, 직장, 글쓰기 3시즌제다. 복잡한 가정을 벗어나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힘든 직장을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쓴다.

나이가 들면 경험치 쌓여 세상 살기가 조금씩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새로운 나이에 맞는 새로운 미션을 끊임없이 던져주었다. 같은 나이를 두 번 살지 않은 이상 아무리 나이 들어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자 또 다른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문제를 들여다보니 이건 딸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나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즉 나의 불안을 다루지 못했던 거다.

이렇게 깨달음이 온다고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때는 관여하기보다는 참을 인을 새기며 지켜보는 게 중요하단 걸 알지만 순간순간 상황에 부딪히면 실행이 쉽지 않다. 하지만 직장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상당 부분 가져가 힘을 빼니 딸에 대한 나의 관여가 줄어드는 뜻밖의 효과가 있다.

물론 직장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나를 무너뜨릴 것 같기도 하지만, ( 정도가 약할 때) 가끔은 이렇게 나의 손을 다정히 잡아 준다.

묘하게 상호작용하는 집과 직장이지만 둘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40대에 접어드니 남은 날들과 죽음도 생각하게 되면서, 이제는 외부의 기대보다는 나다운 행복을 추구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든다. 하지만 나답게 산다는 살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와 자존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직장을 다니며 내 손으로 돈을 버는 것이 뿌듯하긴 하지만, 사실 자존감의 문제는 직장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이 없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충분히 나답게 살수 있고, 직장을 다녀도 무한 루프의 쳇바퀴 돌리며 하루하루 나를 지워내는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국어 학원 숙제로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은 딸은 나에게 말했다.

“엄마! 이 책을 읽고 자존감이 올라갔어.”

“정의하고 자존감하고 무슨 상관인데?”

“음.. 사람의 외적인 가치라는 게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해. 즉 지금 주목받는 실력이 다른 시대에 가면 전혀 쓸모없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니까 지금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아니란 거야. 결국 어느 시대에 타고났는지 등 여러 가지 운의 문제인 거지”

“맞아. 사람은 그냥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하잖아. 그것과 일맥상통한 내용인 것 같다.”

딸이 말한 이론대로 직장 등 외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나의 자존감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걸 보면 나도 그렇게 내면이 튼튼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이 부족한 자존감이 책 출간으로 많이 채워졌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에겐 소중한 존재다.

출간 전 후 나의 생활은 1도 차이가 없지만 가장 큰 소득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거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나만의 충족감은 주변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다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렇게 무엇 하나 뺄 수 없는 가정, 직장, 취미(글쓰기) 3시즌제는 지금도 덜컹거리며 가동 중이다. 도서관이라고 해도 책과 전혀 상관없는 부서가 많은데 이번에 독서치료실에 와서 직장과 취미라는 2개의 시즌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참 고마운 일이다. 지금껏 가정과 직장의 오묘한 상호작용으로 고통 분산의 수동적인 위안을 맛보았다면, 이젠 직장(독서치료실)과 취미(독서, 글쓰기)의 시너지 작용으로 삶의 만족도를 올리는 적극적인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출간한 책 <'사서 고생'_책 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일/ 문학수첩/ 김선영>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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