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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Mar 12. 2023

'하루의 취향'을 읽고

나의 취향을 저격한 에세이

출처 교보문고
하루의 취향/김민철/북라이프

모든 것은 우연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스마튼 폰 속 블로그 이웃 새글을 영혼없이 쭈욱쭈욱 손가락으로 훝고 있는데 눈에 쏘옥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으니 바로 '동네책방 독서모임 정부 지원'이었다. '동네책방'과 '독서모임'의 두 단어는 바로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아직은 개인 시간이 많지 않지만, 나중에 아이가 독립하거나 내가 퇴직하게 되면 동네책방 순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동네책방은 돈이 목적이 아닌 순수한 열정으로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책냄새와 열정이 가득한 장소와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었다.


두번째 단어 '독서모임'은 나에게는 '은인'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된다. 3년 전 쯤 집과 직장만을 오가던, 공문서외에는 일기조차 안쓰던 내가 용기를 내어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것이 쓰기모임으로, 브런치 입성으로, 출간제의로 드디어 책 출간으로 줄줄이 사탕처럼 연결되기까지 채 3년이 안걸렸으니 그 천운에 감사할 따름이다. 게다가 동네책방과 마찬가지로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도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역시 가까이 하고 싶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독서 모임이 없어 망설이고 있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구에 자리한 동네책방에서 한 달에 한 번만 모이면 되고, 참여비를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내 손가락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느새 신청버튼을 꾸욱 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취향'이라는 책과 나는 만나게 되었다. 내가 도서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추천 도서등 이런저런 책을 살피는 편인데 나의 선택이 아닌 독서모임 주제도서로 내 앞에 굴러온 이 책이 나의 취향을 저격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에세이이가보다 생각며 억지로 읽어야 하는 책인데 두깨가 얇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뿐이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나는 책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자신의 개인적인 선호에 대해 유머러스하며, 수려한 글솜씨로 풀어냈다. 팍팍한 삶에서 유머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지막 보류라고 생각하는 나는 항상 웃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요즘에는 웃기려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이 책은 재미있고, 읽기 쉽지만 곳곳에 저자의 삶에 대한 내공이 흘러나온다. 심오한 이야기나 깊은 깨달음을 바라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던 나의 취향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의 '술'에 대한 지나친 언급이나 책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 식상해져서 뒷부분은 읽는 둥 마는 둥 했지만 말이다. 


저자의 사랑, 일, 돈 등에 대한 인생의 중대한 취향부터 청소하는 방식, 옷입는 스타일에 대한 소소한 선호까지 글을 읽고 있으면 "그럼 나는?" 이라는 질문이 머릿 속에서 멈추질 않았다. 특히 사회적 편견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저자의 모습, 미래에 대한 불안 , 내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이겨내며 묵묵히 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이야기는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남들이 이렇게 생각하니까 혹은 나의 생각이 바뀌어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결정을 미루어왔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감하게 원하는 쪽으로 나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나아가 나도 취향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그 글들은 내가 선호하는 것에 대해 더 알게 하고, 더 가까이 할 수 있게 하고, 결국 내가 원하는 삶으로 다가갈수 있도록 도울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신의 취향을 찾아라, 저자처럼 취향을 주제로 글을 써라 등의 조언을 해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단지 저자의 취향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줄 뿐이다. 저자의 생기발랄한 다양한 취향을 읽고 있으면, 취향은 꼭 거창할 필요 없고, 좋은 것일 필요도 없으며 단지 내가 끌리면 그게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나다운 하루를 꾸려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책속 문장

● 이 집은 우리의 선언이었다. 과도한 대출을 받아서 비싼 동네에 비싼 집을 사고 그게 오를 거라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 빚을 갚으며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는 삶에 대한 거부, 우리 깜냥의 대출을 받아서 오를 거라는 기대도 없이 나중에 부자가 될 거라는 희망도 없이 지금 잘 꾸며놓고 지금 잘 살겠다는 선언,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우리 둘이 괜찮으면 괜찮다는 우리 삶에 대한 선언, 눈을 질끈 감았다.


● 나만 빠진다 그래도 괜찮을까?라며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대신, '세상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지 뭐. 내 마음이 안 괜찮으면 안 괜찮은 거야'라며 내 마음의 눈치를 보는 연습,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나 대신, 정말 소중한 몇 명에게만 괜찮은 나여도 상관없다, 라고 생각하는 연습. 그러니까 내 삶을 내가 더 살고 싶은 방향으로 이끄는 연습, 에너지를 좀 간추려서 내가 좋아하는 쪽에 쓰는 연습, 그러니까 나를 배려하는 연습.


● 단순히 옷을 하나 고르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취향의 영역이다. 옷을 고를 때 내 마음을 의식하는 것처럼, 나머지 모든 일에 있어서도 내 마음의 방향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 방향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그리하여 남의 시선을 배제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나의 마음을 꼼꼼이 파악하여,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물론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불확실한 것이 많을수록 가장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나'뿐이다.


● 싫어하는 사람에게 줄 마음이 없다니, '너 싫어'란 생각 한 톨도 너에게 주기엔 아깝다니, 생각해보면 당연했다.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기에도 바빠 죽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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