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든 생각

읽은 책의 양보다는 생각의 양이 중요해

by 라온써니


요즘 내 머릿속에는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생각으로 꽉차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짜야 하고, 성인을 대상으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성인을 위한 두꺼운 책과 초등 고학년을 위한 어린이 책을 동시에 선정하려니 머리가 뒤죽박죽하다. 그런데 여기저기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나와있고, 짧은 시간 동안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주교제가 있더라도 보조적으로 함께 쓰인다. 물론 그림책이 주교재인 그림책 수업도 있다.


예전에 어린이 자료실에서 근무할 때는 눈만 돌리면 그림책이 있었고 이용자가 읽은 그림책들이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있으면 그것들을 몸으로 해결했으며, 대출반납, 책 선정, 서가 관리까지 그림책 안에 파뭍혀 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지 못했다. 이렇게 책이 물리적으로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나에게 들이대는 데도 그닥인 것을 보면 역시 나를 그림책과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나온 좋은 어른 책도 다 못 볼 마당에 그림책을 볼 여유는 없을 듯했다.


하지만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


요즘 프로그램을 개발을 위해 눈에 불을 켜다 보니 그림책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책을 좀 더 심도 깊게 들이파다보니 진면목이 보이기 시작했달까.


아래는 최근에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이것저것 뒤지다가 흥미 있게 본 책들이다.



그림책으로 쓰담쓰담.jpg 표지출처:교보문고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토론 수업.jpg 표지출처:교보문고


<그림책으로 쓰담쓰담/남기숙/이은북/2021>은 성인의 심리치료를 위한 그림책 소개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셀프 테라피 질문 2~3개 정도가 그림책마다 함께 있다. 자기 객관화, 결핍, 수용, 용기, 인생 속도 등 주제와 어울리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 주고 작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림책을 먼저 보고, 작가의 글을 읽고, 다시 그림책을 보면 그림책이 새롭게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저자가 심리 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담과 따뜻한 조언은 그림책과 연결하여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여기 소개된 그림책을 읽지 않고, 이 책만 읽어도 상당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너무 좋아 좀 더 자세히 읽고, 우리 실 추천도서로 서평을 다시 써볼 생각이다.


두 번째 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토론수업/그림책사랑교사모임/2021> 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해당 작가 인터뷰, 토론 기법 소개, 실제 학생들과 토론을 한 예시 등 이 그림책 별로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그림책을 만든 의도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책을 만든 이의 심도 깊은 인터뷰 글은 그림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육색생각모자 토론, 독서마블 토론, 피쉬본 토론, 마다라트 토론 등 초등 고학년~중학년들이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기법이 그림책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더불어 활용 사례까지 있어 내가 지금 짜야 할 프로그램 구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대상이 초등 고학년이기에 책놀이가 아닌 책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기법 관련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를 약간 변형하면 고등, 성인까지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수업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수업 안을 짠다고 하면 부담이 덜할 텐데 내가 짠 프로그램을 학교나 도서관으로 배포해야 하기에 심적 부담감이 크다. 물론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TF 팀이 함께 논의하긴 하지만 회의에 허접한 것을 가지고 가는 것도 쪽팔리고, 또 흥미 있는 분야라 스스로도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크다.


프로그램 주제 도서를 선택할 때 서가에 꽂힌 무수한 책들을 보면서 서가 앞에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좌절스러웠다. 이 세상에 책은 왜 이리 많은가? 그리고 나는 왜 이리 작은가? 프로그램 개발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에 생각지 않은 기회에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우연히 사연을 읽고 책을 추천하는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나도 올 하반기에 사연을 받아 책을 추천하는 일을 해야 하기에 남의 일이 아니라 귀를 쫑끗하며 들었다. 그 업무도 시작도 않했지만, 수많은 책 중에서 맞춤 처방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막해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사연과 처방한 책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안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처방한 분의 개성 넘치는 책 선정과 그 이유를 들으면서 '맞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소개한 이유를 들으니 진짜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즉 처방자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읽었던 책 중에서 진정성 있게 어떤 책을 추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본인의 인생철학에 녹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즉 책 추천+인생조언이랄까? 처음에 책 제목을 들었을 때는 '엥?이게 뭐지?'했지만, 추천자의 개성과 철학이 묻어나는 이유를 들으며 뭉클하고 마음이 힐링이 되었다.


팟케스트를 들으며 좋은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서는 그리고 좋은 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입력'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만의 철학 즉 '생각'의 양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수많은 책 중에서 딱 하나의 정답은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 거다. 한 권을 읽더라도 진정성 있게 온 마음을 다해서 읽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고 있으면 되도록 많이 읽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저절로 생기는 데 ,그 조급함은 내려놓고 대신 생각을 많이 해서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이번엔 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