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하네.
막상 해보면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것들이 있다. 나는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니 이와 관련한 일을 하면 엄청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나는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회사일은 왠지 월급에 대한 나의 대가성 일인 것 같다. 그 외에 다른 일을 할 때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는 것 같아서 만족감이 든다. 나에겐 책 읽기와 글쓰기가 그랬다.
그런데 이게 회사 일이 되니 그리고 일이 많아지니 갈수록 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소중한 일이 남을 위한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책과 관계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플러스 공공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사서를 위한 연수 준비 관련 행정업무, 기타 자료실 행정업무까지 쏟아져 마음이 지친다.
그 결과 책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집에 가면 업무에 관련한 책만 겨우 보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아니면 책 근처에 가기도 싫을 때도 많아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을 때가 있다.
물론 업무에 관련한 책이라고 해도 독서치료, 독서토론 관련이라,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평소에 즐겨 읽을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소프트한 책이 대부분이만 일이 되니 짜증이 난다.
독서치료실에 처음 발령 났을 때 ‘억지로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는 제목으로 설레발치며 글을 쓴 게 엊그제 같은 데 어느 새 이 모양이 되었다. 그때는 이성과 김정이 다 그렇게 느꼈는데, 지금은 이성은 물론 억지로라도 책을 읽어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짜증이 솟구친다.
나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을 무형의 재산처럼 느껴졌는데, 나의 소중한 취미가 일이 되면서 그것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나의 소중한 취미 보물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절대 전업 작가가 되려는 꿈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누가 시켜주지도 않겠지만, 하라 해도 도망가야겠다. 일을 유지하면서 부업으로 간간이 책을 출간할 수 있다면 나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 되겠지만, 아무리 하는 일이 힘들어져도 일을 때려치우고 전업작가는 절대 안 된다.
프리랜서가 되면 경우 잘 해내야 하는 압박감과 일정치 않은 수입으로 인한 불안감이 글쓰기와 책 읽기를 혐오하게 만들 것 같다.
어느 날 도서관에 일찍 출근하여 도서관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을 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원하는 일을 어렵게 하게 되었는데도,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내 마음 깊숙한 곳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몇가지 힌트를 얻게 되었다.
첫째, 잘하려는 욕심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당장 다음 주 학교사서와 공공도서관 사서를 대상으로 독서치료 프로그램 가이드 연수로 3시간 동안 떠들어야 하는 데 심적 부담감이 심하다. 교육청, 구립 관장님들과 과장님, 직원 들을 앞에서 15분 정도 워크숍 발표도 해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질구레한 수업을 해보았지만 이렇게 성인을 대상으로 긴 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마음이 서서히 쪼여온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은 나의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최근에 책 소개 관련 팟캐스트 게스트 섭외도 받았는데 고민을 많이 하다가 거절했다. 해본다면 새로운 도전이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심적 여유가 없고,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쉽지 않다. 그런데 업무적으로 새로운 일을 던져주어 나를 강제로 발전시켜주니 어쩌면 좋은 일이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필요악이라고나 할까? 발전을 위한 대가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일정 스트레스는 받아들이고 마음 수양을 좀 해보면 어떨까 싶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수업 시간에 편하게 이야기 나눈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자연스럽게~~~~ ‘마음을 내려놓자’고 수시로 주문을 외우자.
프로그램 개발도 일정 스트레스는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한다는 마음으로...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만족을 모르는 내 욕심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이 그 어떤 일을 해도 나를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빈틈없어야 하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나의 행복을 가로막은 것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메이븐
내가 책을 출간했기에 뭔가 잘할 것 같다는 다른 사람의 기대도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나에 대한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아야 할 때다.
두 번째.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올해 독서치료실에 발령이 나서 지금 하는 일들이 다 새로운 일이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 사서와 학교 도서관을 사서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나 자격증 과정 운영은 나의 행정업무 착오가 우리 도서관 내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관까지 여파가 일파만파 커질 수 있어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또한 작년에 디지털 부서에 있으면서 너무 힘들었기에 혹시 나중에 다른 곳으로 가면 그렇게 힘든 곳으로 또 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 순환보직의 특성상 여기도 길어봐야 2년이다. 그 시간이 흐르면 다른 도서관으로 가서 다른 일을 맡아야 한다. 그런 두려움이 현재의 행복을 느끼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저자 김영민은 ‘삶의 행복을 겪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행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두 배로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삶의 행복을 겪으면서 그것을 그 순간 느끼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이겠다. 어느 책에서도 저자가 여행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너무 행복한 순간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며 기분이 가라앉게 되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어쩌면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상황에 놓여있는 데, 욕심, 기대, 불안, 두려움 등 내가 만들어낸 어떤 것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삶의 행복을 겪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행복을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두 배로 행복한 사람이 어떻게 되어야 할 지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