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 공포의 수업을...

발표 불안증 극복

by 라온써니

드디어 끝났다. 공포의 2시간 30분 수업을...

난생처음 해본 성인 대상, 그것도 공공도서관 사서와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특히 학교 선생님들은 혼자 근무하시는 경우 도서관 문을 닫고 오시기도 하셔서, 이렇게 바쁜데 도서관 문까지 닫고 왔는데, 왜 이렇게 수업이 별 볼 일이 없냐고 할까 봐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계속 불안했다. 왜냐면 나도 올 발령으로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괜찮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자며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후 2시 수업이었다. 오전에 안내문 붙이고, 출석부, 배부 자료, 간식 등을 챙기려고 강의실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했는데(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는 문인데, 비밀번호를 아주 잘 알았다는 거다.)

2시 수업이라 1시 30분쯤 들어가면서 비밀번호를 치는 데 자꾸 아니라는 거다. 급기야 5번 틀려서 도난방지인지 뭔지 ‘삐용삐용’ 소리가 나고 열릴 생각을 안 하는데, 나는 이렇게 망하는가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오전에 크게 긴장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문은 우여곡절 끝에 열리긴 했다.


수업이 끝나고 확실히 깨달았다.

그 홀가분함! 그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생각지도 않은 해방감을 느끼면서 그동안 이것이 나를 얼마나 돌덩어리처럼 누르고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면서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어쩌면 부인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을 잘 알아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속으로 곪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가끔 이유 없이 기분이 처질 때가 있는데 그게 이유가 없는 게 아닌데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곪아 아작나기전에 평소에 나를 잘 살피고, 돌보고, 쉬게 하고, 잘 먹게 해서, 중간중간 스트레스를 덜어내도록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2시간 30분에, 왜 그리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처음 하는 나에게는 공포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막상 수업을 하니 생각보다 떨리지가 않았다는 거다.


최근 그러니까 작년 봄에 연수원에서 발표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앞에 나와서 20분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앞에서 선생님이 그 모습을 비디오로 찍었다. 처음에 나갈 때 내가 그렇게 떨 줄 몰랐는데 정말 마이크가 앞뒤로 흔들려서 나중에 마이크를 놓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즈음에 또다시 발표를 하는데 처음 떨렸던 것을 100으로 치자면 한 70 정도만 떨렸다. 마이크도 앞뒤로 흔들리지 않았다.


연수가 작년 봄이었고 작년 겨울에 워크숍에서 15분 정도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사례 발표였는데 시간을 짧았지만, 앞쪽에 구립 도서관 관장님들이랑 교육청 도서관 관장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게 문제였다. 그때도 많이 떨리긴 했지만, 사람들이 떨리는지 전혀 눈치를 못 챘다고 했다. 나도 약간의 떨림은 감지했지만 감출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 그렇데 몇 달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수업인데 막상 하나도 안 떨리는 거다. 농담도 던지고, 사적인 내 이야기 같은 쓸데없는 소리도 간간이 했다.

처음은 엉성하지만 반복되는 경험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 없어도 못해도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 보라고 하나보다.


수업 시간 동안 몇 분이 눈으로 열성적으로 호응해 주셔서 그분들 덕분에 힘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수업을 해보니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필기를 하는 모습,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나의 말에 공감한다는 느낌의 약간의 고개 까닥 꺼림 등 미세한 것들이 다 눈에 들어왔다. 반면 눈을 감고 조시는 분, 핸드폰 하는 분도 모두 너무 정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실 나도 수업 시간에 많이 자고 딴생각 많이 했는데 반성이 되었다. 이렇게 작은 제스처까지 눈에 잘 들어올지 생각하지 못했다.


수업을 마치면서 큰 산을 하다 넘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마이크가 흔들려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이젠 나는 안 떨리는 사람이 되었다. 설문조사에서도 강의 평가도 대체로 잘 나오고 걱정한 거에 비해 나 자신도 수업에 만족했다. 물론 말이 꼬이고, 준비한 것도 빼먹고 난리가 아니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면 할수록 발전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고, 그게 생각보다 폭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덕업일치가 될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