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독서 모임이란?
무용해 보이는 것들의 효용성에 대해
저~~ 엉말 오랜만에 독서 모임에 다녀왔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책 쓴다는 부담감으로, 업무가 바빠서, 아이 사춘기 돌입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핑계는 독서 모임은 후순위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놓았던 불씨는 우연히 멀지 않은 곳에서 독서 모임을 한다는 소식에 발화가 되었다. 무엇보다 한 달에 한 번 모임이라 책을 한 권만 읽어도 되고 모임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부담감을 낮추어주었다.
그렇게 반갑게 신청했는데 막상 전날이 되니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아졌다. 요즘 아이가 중간고사로 공부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고생이 많다. 영어학원이 5시에 시작해서 10시에 끝나는데 7시부터 8시까지 저녁 시간이다. 7시면 내 퇴근 시간과 맞물려 아이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밥도 먹이고 과일까지 배부르게 먹이고, 말동무도 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내가 집에 있으면 아이가 밥 먹으러 집에 오고 내가 없으면 함께 밥을 먹을 친구를 구한다. 집에 먹을 것을 해놔도 혼자 먹기는 싫은 것 같다. 사춘기라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는데 이런 짬에라도 아이에게 맛있는 거 먹이고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되기에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가 평생 내 곁에 있는 게 아니기에 지금 나와 함께 머무를 때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나에게 소중하며, 이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독서모임을 가기 주저했던 이유는 꼭 아이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살림하고 아이 챙기고 하는 것이 굉장히 체력 소모가 필요한 일이라 평일 저녁에 근무 끝나고 어디를 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나는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다. 낮에는 참석한다고 톡을 보내놓고 전날 저녁에는 거의 안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내일 직장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해야겠다고 핑곗거리까지 다 마련해놨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왠지 마음이 울적해지는 거다. 울적해진 마음을 들여다보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행복은 오히려 덜어냄으로써 찾아온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는 것, 나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를 포기하는 것, 세상은 이래야 하고 나는 이래야 된다는 규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위 글은 올해 독서치료 프로그램 주제도 서로 최근에 학교와 공공도서관 사서를 대상으로 운영 가이드 연수 시간에 내 입을 통해 나온 내용이다.
더불어 세상에는 중요하고 급한 일(회사 업무, 자녀일),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글쓰기, 독서 모임),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집안일),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일(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 SNS)이 있는데 특히 놓치게 되는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을 잘 챙겨야 한다고 내 입으로 말한 것이 생각났다. 힘든 순간에 독서치료 프로그램 내용이 생각나는 것은 참 신기하다. 나는 가끔 살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책의 구절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내용이 내 몸에 체화된 것 같다. 프로그램 개발과 가이드 연수 등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들이 인간의 마음과 연결된 일이어서 내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내가 ‘좋은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을 내리고 거기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보내니 그 안타까움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어쩌면 아이는 밥 한 끼 안 차려 주더라고 생기 있는 엄마를 원할지도 모른다. 매번 밥을 차려주며 누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나의 삶을 잘 가꾸어 가는 모습을 좋은 삶의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일지도 모른다.
너무 지나치면 문제겠지만 중요한 건 한 달에 한 번 가지고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일 때문에 늦게 올 때는 이런 마음이 들지 않는데 꼭 갈 필요 없는 당장 어떤 이득을 내지 못하는 것에 시간을 내어 간다는 것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 같다.
그런데 프로그램 운영 가이드 연수를 할 때 그동안 다녔던 독서모임과 쓰기 모임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나의 독서모임 참가는 일의 연속이라는 효용성을 부여하고서야 겨우 마음이 가벼워졌다. 눈에 보이는 효율성이라는 굴레에 빠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중요한 나의 마음의 어떤 것이 각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다.
서론이 길었나~~
어쨌든 나는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결론은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를 포함 총 6명이 참석하였다. 30 대 2명, 40 대 1명(나), 50 대 1명, 60 대 2명(부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다. 우선 30대 한 분과 50대 한 분은 숲을 사랑하는 분이었다. 생태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시고 계시고 수업도 나가신다고 했다. 모인 곳이 생태전문 동네 책방이었는데 책방 사장님은 긴급한 일로 참석하지 못하시고 이분들은 이 책방을 위해 봉사하시는 크루라고 하셨다. 재정난으로 동네 책방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분들이 모여 돌아가면서 책방을 운영한다고 하셨다.
나도 숲을 사랑하는 1인으로써 그분들에게서 초록향이 물씬 풍기는 듯했다. 싱그러운 느낌이랄까. 생태나 환경 쪽은 무지한 나에게는 그분들은 신기한 세계에 서 있는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상큼, 긍정 에너지는 의미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30대 한 분은 최근 소설을 한 권 출간하셨고, 지금도 다른 책을 집필 중이라고 하셨다. 직장 생활을 하시다가 그만두시는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셨다고 하셨다. 최근에 아이를 출산하고 집에 있으면서, 그 상처를 소설을 쓰면서 극복하셨다고 했다. 최근 켈러 그래피 관련 공방을 준비 중이라고 하셨고, 그 안에서 독서 모임도 하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치유적 글쓰기 모임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그분의 눈을 바라보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인자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나의 속마음을 고해성사하듯 다 털어놓고 싶은 눈빛이었다. 어쩌면 사람 눈에서 그런 따뜻함이 뿜어져 나올 수 있는지 신기했다. 우리 도서관에서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공방을 차리시면 반드시 놀러 간다고, 그리고 글쓰기 모임에도 참석하겠다고 번쩍 손을 들었다.
60대 두 분은 스윗하게도 부부가 함께 참석하셨다. 남편분은 중간에 잘못된 보증으로 금전적으로 막대한 피해와 충격을 받고 한강에 가서 말씀을 그대로 빌리자면 난간에 다리 하나까지 올렸으나 죽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하셨다. 다시 살겠다는 결심을 하신 후 달리기로 시작해 책 천 권을 읽으시며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하셨다고 하셨다. 현재는 공인중개사 사장님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부동산과 일상생활에 관련한 유튜브를 최근에 시작하셨는데 6개월 만에 구독자 천명이 돌파했다는 거다. 핸드폰으로 구글에서 입금된 것을 보여주시는 데 정말 신기했다. 부인 분은 동영상 편집을 배우셔서 남편이 촬영한 것을 편집, 자막 등의 작업을 하신다고 했다. 유튜브, 독서뿐 만이 아니라 외국어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시며 배움의 삶을 실천하고 계셨다. 40대인 나도 가끔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데 이 부부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네 책방주인이자 모임 진행자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이번 모임은 책하고는 거의 관련이 없는 쪽으로 흘러 거의 수다 모임이 되었지만, 책 이야기만 했으면 듣지 못했을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지 못한 귀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참석할까 말까 고민하던 나에게 동네 책방에서의 독서모임의 진행 방식을 한번 보고 싶다는 목적은 전혀 이루지 못했지만, 눈으로 보이는 효용성을 넘어선 엄청난 것을 거머쥐었다.
자연을 사랑해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을 위로하고 따뜻함을 나누기 위해,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삶의 의미가 이분들의 긍정 에너지가 되고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행복의 원천이랄까? 나도 나의 삶의 동력이 어떤 것인지 어떤 의미를 추구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익해 보이지만 소중한 것들을 더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