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도 안 쓰고 글쓰기라곤 공문서 작성 밖에 안 하던 내가 올해 5월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놓고선 감히 글을 잘 쓰고 싶다니 웃음이 난다. 요 몇 달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가슴속 깊이 품고 있는 칼날 같은 아픔도 누구나 종류만 다를 뿐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드디어 가슴까지 내려왔다.
40대에 접어드니 삶은 잠깐 왔다가는 짧은 여행인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맛있는 음식, 좋은 옷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글쓰기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글감을 위해 삶을 유심히 본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를 충실히 살 수 있는 연습이 되는 것 같다. 글쓰기는 나에겐 허무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발버둥 같은 행위다.
어쨌든 글쓰기가 좋아졌다. 좋아하니 잘하고 싶어졌다. 아드레날린이 솓구 쳤다.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는 거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잘하기 애매한 과목은 처음 본다. 막막하다.
잘 읽히는 문장, 자연스러운 흐름과 같이 꼭 익혀야 할 기법이 있긴 할꺼다. 그런데 글은 기법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것 같다. 투박하더라도 마음에 와닿는 글이 더 좋은 글 아닐까? 그렇담 내용이 좋으려면 생각이 멋져야 한다. 생각은 평소 생활에서 나올 것이다. 결국 글을 잘 쓰려면 자~~~~ 알 살아야 하는 데 그 잘 산다는 게 나에겐 도저히 다가가지 어려울 만큼 힘든 과제다. 내가 과연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 모임을 하다 보니 책을 내는 것이 꿈인 분들이 많았고 나도 자연스럽게 책이 내고 싶어졌다.
그런데 “왜? ”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간지 나니까? 돈을 벌수 있으니까?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다른 사람도 하는 데 나는 왜 못하랴 하는 객기?"
이제까지의 글은 나를 위한 글로 내가 나에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우습지만 우울한 날이면 나의 글을 보면서 스스로 위로받기도 한다. 나를 위한 글쓰기지만 희한하게도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써진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온갖 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언젠가 책을 써 보기로 결심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데 과연 내가 무엇을 사람들에게 내어놓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식도 없고, 삶에 대한 통찰은 더더욱 없다.
고민고민하다가 도서관 생활을 20년 가까이 했으니 그걸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브런치에 메거진을 만들었다. 막상 도서관 이야기를 써보니 내 이야기를 쏟아낼 때만큼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편 정도는 도서관 이야기로 써볼까 한다. 도서관 생활도 글감으로 보기 시작하면 덜 힘들어지지 않을까? 나중에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3년 후 개인 소장용으로 독립출판을 해볼까 한다. 출판사 투고도 해보고, 언젠가 ISBN이 달린 내 책을 꿈꿔본다.
인생이 무료해서 별짓을 다하나 싶기는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고 싶다. 열심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모른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일단 쓰고 또 쓰고, 읽고 또 읽고 꾸준히 해보자.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확률 100%, 뭔가를 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확률이 조금씩 올라가니까 말이다. 인생은 “5% 노력, 95% 운빨”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단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