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카톡이 왔다. 기관 내에 확진자는 없지만 선제적으로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검사 받을 날이 마땅치 않아서 오늘 가야 한다. 오늘 인사발령이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데 웬 코로나 검사인가~ 귀찮다. 오후에 나가야겠다.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는 데 손에 안 잡힌다. 온라인 독서모임 때문에 책을 읽어보려 했으나 머리에 안 들어온다. ’그래~ 코로나 검사나 받으러 나가자.‘ 가는 길에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정신을 분산 차원에서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쭈~욱 둘러보고 이것저것 발라보다 정신 산란으로 인한 판단력 부재로 하나 질렀다.
내일 재택근무하라는 데 크리스마스와 주말까지 이어지는 4일 연휴 동안 뭘 해 먹어야 하나 정신이 아득하다.
먹을 거나 살까 하고 롯데슈퍼에 들렀다. 역시나 정신이 부~ 웅 떠서 물건 사는 것조차 집중이 안 된다. 미니 포도주 사천 원짜리를 천오백 원에 세일한다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나를 유혹하는 듯 이쁜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겨있다. 이건 사야 해.
장을 본 후 선별진료소로 걸어가면서 이 날뛰는 마음이 인사발령 때문인지 코를 쑤신다는 검사에 대한 두려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막상 가보니 대기시간도 없고 생각보다 안 아팠다. 그나저나 의료진들 고생이 많으시다. 검사받고 집에 왔는데 드디어 인사발령 났다고 톡이 왔다. 클릭하는 손이 떨린다. 다행히 나는 발령이 안 났다. 하지만 내가 너무나 의지했던 동료 직원이 발령이 났다. 내년부터 외로워질 것 같다. 심란한 마음에 사 온 포도주를 원 샷 했다. 그나마 간당간당했던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그 와중에 온라인 독서모임 지정 도서인 아침의 피아노를 읽었다. 작가가 죽을 병에 걸려서 죽기 전에 자신의 삶을 애도하는 내용의 에세이다. 읽다 보니 이미 놓아 버린 나의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다. 도저히 안되겠다. 일단 덮자. 흐릿한 눈으로 멍 때리며 음악을 들었다.
'원래 회사 인간관계가 괴롭지만 않으면 다행인 건데 최근 내가 호사를 누린 거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한다. 동료는 승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승진도 안되고 원하지 않는 곳으로 발령까지 나버렸다.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본인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일단 기다려보자.
나는 발령이 안 났으므로 최악은 면했다. 물론 후속 내부 인사도 있어서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예 도서관 바뀌는 것보다는 스트레스가 덜할 것이다. 뭐 예전에 사람도 힘들고 일도 힘든 최악도 견디었는데 외로운 것쯤은 이길 수 있다.(지금 이 문장 쓰면서 눈물 맺힘) 그동안 너무나 따뜻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 동상 걸리니 서서히 적응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인간과 일이 힘든 곳으로 발령이 나서 정신줄을 아예 놓게 된다면 그동안 겨우 재미 붙였던 글쓰기를 소홀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어쨌든 2021 목표인 일주일에 한편 도서관 이야기 쓰고 내년 가을에 브런치 북 응모하기는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눈물을 거두고 이 글을 끝내면서 나의 정신도 잘 달래서 집으로 데리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