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는 인사발령과 새해 각오

열심히 살지 않겠다!!!

by 라온써니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해가 바뀌면 나이가 한 살 늘어난다는 것에 좌절스럽다. 언제쯤이면 내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집착이 심한가 보다.


작년 연말에 내부 인사 발령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승진한지 2년 밖에 안된 내가 갈 자리가 아닌데 가야 되는 사람들이 일이 많다고 서로 안 갈려고 하는 바람에 내가 끌려가게 되었다.


이름하여 ‘정보자료과 팀장’


주요업무계획수립, 신년업무보고, 시의회주요업무보고 및 감사준비, 운영규정개정, 각종행사, ...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두려운 마음에 연휴 기간 동안 작년 문서를 살펴보았으나 뭔 소리인지 감이 안 잡힌다. 예전에도 남들이 안 가려는 자리에 끌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싫다고 발버둥 쳤는데 소용없었다. 이번에도 상황을 파악해 보니 발버둥 쳐도 소용없을 것 같아 순한 양처럼 끌려갔다.


그때를 회상해보면 일을 몰라서 첫해에는 실수도 많이 하고 힘들었고, 두 번째 해부터는 조금 익숙해지면서 세 번째 해부터는 능수능란해졌다. 그렇게 3년 고생하고 발탁 승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일을 배웠던 게 힘이 되고 고생했던 게 헛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고생하는 자리로 가게 되었다. 나는 크게 승진 욕심 없다. 하지만 계속 도서관을 다니고 싶다. 내가 글 쓰는 것은 회사를 그만두고 제2의 수입을 개척하기 위함이 아니다. 공무원이라 철밥통이니 깽판 치고 힘든 일 안 하다고 하고 버티면 되지 않냐고 누군가는 말한다. 혹자는 승진 욕심이 있어서 그러는 거냐고 묻는다.


아니다. 나는 단지 ‘계속 다니고 싶어서...’이다. 계속 돈을 벌고 싶고, 사회 속의 한 조직원으로 일하고 싶다. 그리고 도서관 자체를 좋아한다. (올해 내가 하는 일은 책과 1도 관계없는 일이지만) 세상이 급변하므로 앞으로 내가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못 견디고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일 못해서 무시당하는 거 견디어 낼 변죽도 없다. 즉 힘든 자리 안 가겠다는 진상을 치지 못하는 이유는 진취적인 자세가 아니라 불안감으로 인한 일종의 방어기재다.


은유 작가님이 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모든 일은 고생스럽지지만, 그 결과물이 몸에 새겨지는 것과 골병만 생기는 것이 있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은 어쨌든 일을 배울 수 있고 결과가 몸에 새겨지는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단지, 잘하려는 욕심은 버리자. 되는 대로 하는 거다. 욕먹을 것을 각오하자. 어차피 첫해는 망하는 거다.(이렇게 쓰고 있지만 너무 불안하고 두렵다. 흐흑)


언젠가는 닥칠 일이니 마냥 피하면서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행복하면 왠지 불안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적당한 고통 중의 안도감 같은 거랄까?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 처하다 보니 그동안 벌여놓았던 일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1월부터 하려 했던 온라인 독서모임을 취소하고, 글쓰기 숙제를 한주 미루고, 쓰기 모임을 한 달 미뤘다. 작년에 글쓰기를 정말 열심히 했다. 나 자신을 읽고 쓰기에 밀어붙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돈도 안되는 일에 왜 이리 스트레스 받으면서 잘하고 싶어 하나?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몸에 엔진이 탁~ 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회의감이 들고 하기 싫으면서 하고 싶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 정리가 안되는 걸까?


이번에 발령이 나면서 글쓰기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면 못할 일이 없어 보였다. 돈도 안되는 막연한 것은 다 놓아버리고 일이나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하지만 막상 글쓰기를 떠나보내려고 하니까 나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애증의 관계라고나 할까? 도서관처럼 말이다. 그래서 일부 활동만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쓰기와 독서 관련으로 벌여놓은 것들을 정리하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특히 블로그 이웃께서 무료로 만들어 주신 온라인 독서모임을 선착순으로 냉큼 한자리 차지해 놓고 취소하게 되어서 너무 죄송했다. 도저히 책 읽을 시간은 안 날 것 같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게다가 그분이 선착순으로 한 책 나눔에 번쩍 손들어서 책까지 받았는데... ... 리뷰가 필수는 아니었지만 감사한 마음에 꼭 리뷰 쓴다고 했는데 과연 언제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며, 다른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글쓰기는 이어나갈 생각이다. 글쓰기는 나에겐 숨 쉬는 구멍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하고 싶어서... ...


2021 새해가 밝았다. 올해에는 매사에 힘을 빼고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한번 살아봐야겠다. 즉 열심히 살지 않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살려 하지 않아도 나에게 해야 할 일이 뚝뚝 떨어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일 수도 있다. 주어진 것은 성실히 해결하되 너무 열심히 하지 않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하고, 나를 제일 사랑해 주고, 나의 마음을 아껴주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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