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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엄마의 목동 적응기 시~이작

목동 이사를 앞두고

by 라온써니

“xx이는 중학교 어디 보낼 거야? 중학교 배정 때문에 주변 친구들 많이 이사 갔던 데... ...”

“나 목동으로 이사 가기로 했어”

“어머나~ 전교 부회장 했던 xxx 있지? 그 친구도 몇 달 전에 목동으로 이사해서 초등학교 다니고 있잖아. 그 엄마가 그러는데 거기 애들 희한하대. 계속 공부만 한 대. 옷도 똑같은 것만 입고 다닐 정도래”

“정말? 그 정도래?”


딸 친구 엄마가 오랜만에 전화 왔었다. 주변 친구들이 중학교를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서대문구에 사는 데 6학년쯤에 중학교 때문에 바로 옆 종로구로 많이 이사를 하는 듯했다. 없는 듯이 조용하던 내가 난데없이 목동으로 간다고 하니 저 엄마가 알고 보니 열혈 극성 엄마인가 싶어 고개를 가우 뚱한다.


사실 나는 동네에 교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퇴근하면 피곤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다. 한 달에 두 번 가는 독서모임과 20년 지기 대학 동창을 비롯한 지인 한두 명만 겨우 만나고 있다. 그러니 교육정보는 당연히 없다. 학원에 거금 결재했으니 그걸로 나의 역할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목동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의아하게 생각 할 수 밖에.


목동에 집 알아보러 간 김에 직장동료가 추천해 준 수학학원에 들렀다. 상담 선생님이 지금 다니는 학원 수학 진도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딸에게 물어봤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차 함수’인지 ‘일차 방정식’인지 아리송한 거다


“어머니, 일차 방정식과 일차 함수는 학년 하나 차이거든요? 잘 생각해 보세요”

“아... ... 네. 죄송합니다. 집에 가서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목동 이사가 딱 한 달 남았다. 두렵다. 내가 목동 적응기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후다닥 흘러버리는 것 같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또 하나는 누군가 나처럼 아는 엄마, 교육 정보 1도 없이 이사 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겪은 나의 기록이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딸이 과연 목동에 가서 적응을 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내가 보기에는 매일 놀기만 하니 영~ 불안한다. 하지만 딸은 내가 안 볼 때 학원 숙제를 한다고 주장한다. 왜 내가 안 볼 때만 하냐고 물어봤더니 미루고 미루다가 새벽에 하거나 학원 가기 직전에 한다고 한다. 6학년이니 책도 좀 봐야 하지 않냐고 하니 바쁘다고 한다. 학교생활 잘하고 학원 레벨업도 잘하는 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간섭 말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그래 잘 놀아라.


딸은 항상 바쁘다. 뭐 하는데 바쁘냐면 바로 ‘덕질’이다. 예전에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질하면서 동호회 카페에서 극성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카페 내에서 잠깐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고, 캐릭터 그림도 그려준다. 요즘은 아이돌 덕질 하면서 아이돌 관련 펜픽(펜들이 ’아이돌‘을 대상으로 쓴 소설)을 밤새 읽고, 춤 연습을 한답시고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보면서 저게 공부고 운동이지 싶다.


'좋은 환경에 두면 애가 자극받아서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과 아이가 흔쾌히 목동에 가서 공부해보겠다고하여, 이사를 결심했지만 과연 잘한 결정인지 아직도 의심스럽다. 특히 목동 아이들이 순하고 착해서 사춘기에 일탈 행동은 안 할 거라는 목동 소재 중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 큰 사건만 안치고 사춘기를 지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지'


애한테 신경 많이 못써주는 사차원 직장맘은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싶다. 하지만 이미 학력 격차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공부습관이 안 잡힌 애를 무턱대고 목동에 그냥 떨구는 게 잘하는 짓인지 의심스럽다.


목동에 집을 구하려 다니면서 신기했던 것은 부동산에서 집을 소개할 때 학군에 맞추어서 설명한다는 거다. 목동 아파트는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있으니 설명할 것도 많고 선택지도 많다. 중학교도 4~5개는 되는 것 같다.


“여자애니까 남녀공학이 좋죠. 남자애들이 밑바닥을 쫘~악 깔아주거든요. 하지만 xx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지만 주의가 필요해요. 여학생 비율이 높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몰려있어요. 그리고 xx 중학교는 저 xx 주상복합 사는 애들이 많이 오는데 거기는 ’치맛바람‘을 넘어선 ’바지바람‘이 장난 아니에요. 생일잔치도 xx 빌려서 한다니까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피하는 게 좋아요.”


“아 그렇군요. 그럼 선행학습되어 있지 않은 우리 애가 제일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 학교는 어디일까요?”


“목동 안에 중학교는 다 수준이 높아요. 그래도 아주 극성인 학교는 피하는 게 좋죠. 일단은 xx 중학교 xx 중학교를 추천드리고요, 거기 배정받을 수 있는 단지는 x 단지, x 단지예요.”


그래서 우리는 뒷단지로 가게 되었다. 어쨌든 앞단지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좋다. 작년부터 이사 가려고 알아보았는데 가격 상승 폭이 우리 집 보다 커서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사고 싶었던 단지를 포기하고 가격을 맞추어 집을 사려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딸이 중학교 입학 전에는 무조건 이사 가야 하는 터라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그 와중에 가고 싶은 단지에 전세가 나왔는데 귀한 전세라 지금 안 잡으면 영영 놓친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바로 계약했다. 많은 부동산에서 적응하기 좋은 중학교로 추천한 학교가 바로 코앞이고, 주차 지옥인 목동 아파트에서 지하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지다.


가고 싶은 학교에 배정받으려면 10월 전에 이사를 했어야 했는데 1월에 이사 가면 재배정 기간이라 바로 코앞에 학교가 있어도 100%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잘 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사람들이 목동은 집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적응한 거라고 하던데.... 학교 배정부터 학원 선택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줄줄이 산적해 있다.


며칠 전 유치, 초등, 중학교를 목동에서 보내고 과학고, 카이스트까지 보낸 직장 선배가 업무 관련해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도 목동으로 이사 가요”

“진짜? 어휴 난 목동 벗어나니까 살 것 같아. 그냥 그때는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

“네? 그렇게 무서운 동네인가요?”

“힘들어, 그런데 몇 단지로 이사가?”

“x 단지요”

“그래도 뒷단지네. 앞단지 엄마들 장난 아니야. 그래도 다행이다”

“... ...”


목동도 사람 사는 곳인데 그렇게 지독하기만 할까? 도대체 뭐가 어떻길래 그러는 걸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는 정보가 없으니 막연히 두렵기만 할 뿐 사람 사는 곳이니 다 비슷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더 크다. 다음 달에는 애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 애 학원 진도도 헷갈려 하는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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