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안에서 지옥을 경험하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먼저 주까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토요일은 스트레스가 최고점을 찍었다. 이렇게 살면 죽을 것 같았다. 일요일에 집에서 요양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은 새로운 마음 새 각오로 출근했다. 오늘부터는 다르게 살리라!!
이틀 전인 토요일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진흙탕 같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독서문화팀장님과 언쟁이 있었는데 거의 싸울뻔했다. 원래 나는 잘 싸우는 성격이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팀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개인적인 것은 아니고 과 업무 문제로 인한 다툼이었다.
우리 도서관에는 정보자료과, 독서문화진흥과, 행정지원과가 이렇게 세 개의 과가 있다. 과가 나누어져 있다 보니 업무상 애매한 지점에서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보자료과 안에 사무실, 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이 있고 도서 대출, 책 구입, 책 관련 행사 및 서비스를 담당한다. 독서문화진흥과에는 사무실, 디지털자료실이 속해있으며, DVD 대출, 전산 및 보안,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지원과는 코로나 방역 같은 안전 관리, 예산관리 및 집행, 시설관리, 인사업무를 한다.
예전에 다른 도서관에서 평생학습과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평생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책은 표지도 구경할 수 없었다. 내가 도서관에 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 문화센터 직원 같았다.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 정보자료과에서 북트럭을 끌고 가는 소리가 났는데 그 ‘드르륵’ 바퀴 굴러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책으로 둘러싸인 환경이 그리웠나 보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책과 관계된 일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나의 생각은 틀렸다.
이렇게, 도서관 안에도 다양한 일이 있고 과로 구분되다 보니 그 안에서 이해충돌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토요일 싸움의 원인은 이러하다. 요즘 코로나로 인한 휴관으로 인해 주간예약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다.(지금은 개관했습니다. 이 글을 예전에 써놓은 글이라.^^::) 토요일도 운영하는 데 직원들이 당번을 정해서 나온다. 이번 토요일 예약 신청 권수는 어린이자료실 250권, 종합자료실 120권, 디지털자료실 20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평성에 의거해서 일시적으로 디지털자료실 인력을 어린이자료실로 지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자료실은 독서문화진흥과 소속이라 인력 지원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애매한 지점에서 오해로 인해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나는 정보자료과 팀장이니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우리 과를 챙기게 된다. 나만의 일이라면 양보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과 전체 일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 과장님이 그날 근무여서 중재를 해주셨고 서로 오해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내가 먼저 가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나이가 많이 어린 내가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고는 흥분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엉뚱한 데 낭비한 것 같았다. 다음에는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웃는 얼굴로 나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할 말을 다하는 기술을 연마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내가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과장님이 점심을 사주시려고 주신 카드까지 잃어버리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분명히 화장실에 놓고 온 것 같은데 가보니 없었다. 이미 싸움과 화해로 놓아 버린 정신이 카드 분실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다. 알고 보니 청소해 주시는 분이 화장실에서 카드를 보고 과장님께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내가 카드 찾으러 화장실로 가기 직전에 청소하시는 분이 먼저 발견했다. 조금만 일찍 달려갈 껄~~ 과장님이 나한테 전화를 하셨으나 내가 카드 찾느라 미친 여자처럼 뛰어다니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 카드를 찾는 동안 단 몇 분이지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내 카드도 아니고 과장님 카드를 잃어버리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다.
찾았다는 사실을 알고 한시름 놓았지만 놀란 가슴에 날아가 버린 정신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하필 그날 신청 책도 많았다. 보통 주말 어린이자료실 주간 예약이 150권 정도 되는데 그날따라 250권이었다. 서가에서 신청한 책을 뽑아 신청자 별로 분류해야 한다. 없는 책은 신청자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상황 설명을 해야 한다. 이미 날아가 버린 정신을 겨우 붙들면서 대출을 시작하는 시간인 3시에 맞추기 위해 전투적으로 일했다. 5분 남기고 가까스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오전의 다툼과 화해, 점심의 카드 분실 쇼크, 오후의 격무까지 스트레스가 극한 수준까지 이르니 머리에서 빨간불이 켜지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우니 드라마틱 한 생각의 변화를 꾀하는 것 같다. 역시 인간은 계기가 있어야 겨우 움직이는 존재!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직접 인복을 만들어가겠다'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거창한 전략은 필요 없다. 단지 누구의 인생에나 그러하듯 내 인생에도 바람은 분다는 것, 특히 상처와 갈등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담백하게 사는 법/양찬순/다산북스
일요일에 뒹굴거리며 책을 읽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글을 읽으며 도서관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2016~2018년을 떠올렸다. 지금 도서관에 발령 나기 직전에 근무했던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업무와 인간관계가 쌍으로 힘들어 달력에 엑스 자를 치며 하루하루를 버티었다. 그때는 모든 게 남 탓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가 힘든 것은 특이한 사람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상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몇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평범한 인간관계의 기준을 ‘주변에 좋은 사람만 있어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 두었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재수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전이 운이 엄청 좋았던 것임을 깨달았다. 생각의 틀이 바뀌었다.
인용한 글처럼 인간관계는 원래 힘든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지금은 전 도서관(2016~2018) 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하지만 올해 사무실로 올라오기 전 어린이 자료실(2019~2020)이 여러모로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갑자기 사무실에 올라오니 답답하고 힘든 점이 있었다.
힘들 때와 같은 부서 사무실이라 예전 도서관 생각도 많이 났다. 예전에 내가 했던 일을 지금은 옆자리 직원이 하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식으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르다. 나중에 인간관계로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평범함’이라고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깨달았다고 바로 완벽히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고 방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인생의 일부분임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 일요일 저녁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 뿌듯했다. 과거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계기에 의해 재해석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진흙탕’ 같았던 하루가 나에게 준 뜻밖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