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줘요!

나눔의 행복

by 라온써니

‘어떻게 살아오셨길래 얼굴에서 저렇게 환한 빛이 나올까?’


도서관에서 북스타트 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 도서관 자원봉사 선생님들을 처음 뵙고 느낀 점이다. 북스타트 행사는 말 그대로 ‘책과 함께 시작한다’는 뜻이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아가들에게 책꾸러미를 무료로 나눠 준다. 어려서부터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온 사회가 아이의 탄생을 환영한다는 의미가 있다. 양육자와 아기가 책 읽어주는 시간을 통해 책을 매개로 상호 소통을 촉진한다.


북스타트 행사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인형극 공연을 위한 봉사 모임 있는데, 60대 전후의 여덟 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을 위한 무대 장식, 의상, 소품까지 한 땀 한 땀 손수 만드신다. 그림책 속의 귀여운 동물로 변신하셔서 아이들과 열정적으로 호흡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도 꽃처럼 환해진다.


북스타트 운동을 금전적으로 후원에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북스타트 행사를 맡고 처음으로 행사 주관 단체인 사단법인 ‘북스타트 코리아’에 교육받으러 갔을 때 책상 위에 후원 신청서 용지가 한 장씩 놓여있었다. 그때만 해도 북스타트에 대해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슨 후원금 용지이지?‘하고 살짝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나는 후원 신청서를 쓰지 않았다. 쉽게 돈을 쓰지 않는 나를 보며, 행사를 진행할수록 후원하시는 분들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후원금으로는 북스타트 책을 담을 가방과 가이드북을 제작한다. 가방에 담길 두 권의 책은 교육청이나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구매한다. 배부 당일 자원 활동가 선생님들의 신나는 인형극 공연과 더불어 북스타트 행사는 완성된다. 태어난 아기에게 책을 나누어주는 것은 조기교육의 의미가 절대 아니다. 책을 통해 부모와 아기의 행복한 시간을 늘려간다는 데 포인트가 있다.


예전에 부모 교육을 진행하면서 강사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인상 쓰는 사람 봤나요? 평소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읽어줄 때만큼 화사한 얼굴을 할 때가 있을까요?”


되돌아보니 책 읽어줄 때만큼 우아한 표정을 지을 때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부모와 아기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이 북스타트 행사에 따뜻한 정성을 나눠주신 분들의 깊은 뜻이 아닐까 싶다.


돈 받고 일하는 나는 매너리즘에 빠져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는데 해맑은 눈빛으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시는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었다. 작업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실 때마다 나눠 먹을 간식을 한 아름 가져오신다. 나에게 간식을 쥐여주시며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에 너무 즐거워하신다. ‘이쁘다, 이쁘다’ 덕담해 주시는 모습을 뵐 때마다 조부모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나지만 이런 느낌이 할머니의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리더 역할을 하시는 선생님은 아픈 시부모님을 오래 봉양하느라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다가 50대부터 동화 구연을 배우시고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2의 삶을 개척하셨다고 한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신바람 나게 봉사하신다.


공연 끝난 후에 아이들에게 작은 과자라도 나누어 주려 하시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시집살이에 아픈 시부모님 봉양까지 해야 했던 고된 삶을 사셨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봉사활동하시는 분들의 얼굴은 고생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것처럼 해맑지만, 다들 나름대로 사연이 있으셨다. ‘그래서’ 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후반기에 저렇게 화사한 미소를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공지영 작가의 수도원 기행이라는 책에서 작가가 폐쇄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외부와 차단된 생활 인해 얼마나 답답할까 싶지만 막상 수녀님들의 얼굴을 뵈니 아기와 같이 순수했고 웃음은 햇살과 같았다고 한다. 잘 사는 삶, 행복한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효율과 비효율을 따져가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알차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 또한 자신만을 위한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을 향해 마음을 쏟을 때 진정한 행복을 이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왜 내 얼굴에서 저런 빛이 나오지 않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 귀한 시간과 돈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나의 마음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종지 그릇인데 그분들의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고 잔잔할 것만 같았다.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지혜와 정신적 성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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