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단정하게

by 라온써니

사실 특별함은 특별한 사람과 사건에 의해 번쩍하고 솟구치는 것만도 아니다. 아파트 화단에 예쁘게 핀 꽃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 꽃이 진 자리를 슬며시 처다볼 때, ‘쓸모 없음’이 ‘쓸모 있음’의 배경이 될 때, 불행한 일이 적은 것이 행복임을 깨달을 때, 인생을 바꾸는 일보다 일상을 정돈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 누군가 곁을 떠나간 뒤 그 빈자리에 새로운 관계와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때, 삶은 우리에게 특별함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


최근 전율을 느낄 만큼 크게 깨달은 것들이 있다.


1.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단조로운 생활은 행복을 그릴 수 있는 백지와 같은 거다. 그리기만 하면 된다. 행복을 그려나갈 수 있는 하얀 종이를 가질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는 깨달음!


2.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보다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일상을 정돈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


2020년 나를 단련하기 위해 매일 해야 할 목록은 독서와 글쓰기, 명상(백팔 배)와 청소였다. 7개월 넘게 지속하다 보니 이 네 가지가 상호작용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게 보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이불을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는 루틴 자체가 명상이 되기도 하고, 명상하다 글의 소재가 번뜩 떠올랐으며, 글을 쓰다 막히면 책을 읽거나 또 한 번 청소했다.

- 안락한 하루/ 미료 -


나의 온라인 글쓰기 선생님 미료님의 글이다. 미료님은 ‘권태와 지루함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별함’이라 말하며, 일상을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신다. 40대 중반에 겨우 깨달은 것을 30대인 미료님은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으니 존경스럽다. 나는 나이만 들었지 철은 아직 안 들었나 보다.


나는 수행은커녕 무언가에 쫓기듯 정신없는 하루를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졸린 눈을 부비며 코로나로 학교가지 않는 딸이 먹을 아침‧점심을 만든다. 마음 속 분주함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업무를 시작한다. 집에 가면 집안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글쓰기, 독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뭔가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뒤에 해야 할 일을 걱정하기에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로 변신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물론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얻는 보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분주한 마음을 자극적인 음식이나 때로 술로 해소하는 나를 보면 이건 아닌 듯하다. 가득 쌓인 해야 할 일을 끝내는 데 급급하지 않고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일상 루틴을 명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료님은 청소와 빨래를 명상으로 실천하고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블로그 이웃을 보면 대단한 분들이 많다. 어린 자녀 2명을 키우면서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쓰시는 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경제신문을 요약해 포스팅하시는 분, 달리기와 홈트를 하시며 인증을 올리시는 분, 그림과 글쓰기로 마음을 정돈하시는 분...


자신의 삶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다.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똑같은 하루가 주어졌는데 나와 다르게 저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 이웃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좋은 이웃 덕에 자극을 받고 삶의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나는 삶을 가꾸기 위해 우선 나의 일상을 섬세히 관찰해 봐야겠다. 미션 수행을 위한 삶이 아닌 하루를 충분히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글쓰기가 그 과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 미료님이 운영하는 온라인 글쓰기 강좌명은 ‘연약해서 씁니다, 단단해지는 글쓰기’이다. 숙제를 제출하면서 제목을 쓸 때마다 연약할 대로 연약한 내가 아주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이랄까?


단단해진다는 건 무엇을 이루는 게 아니라 자신을 단정히 하며, 삶을 놓아 버리지 않고 꾸준히 가꾸어가는 자세일 것이다. 나의 시작은 미미하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보련다.


단단해져라~~ 계속 단단해 져라~~~ 돌멩이가 되어라~~ 단단해지는 글쓰기 가즈아!!!!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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