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의 감상평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겨우 서른’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중국 드라마는 처음 접하는 건데 이제 막 서른이 된 세 여자의 이야기를 마흔 중반인 내가 웃고 울면서 보고 있다. 어제는 설거지하면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총 43화 중 28화까지 정주행 중이다.
왕마니
왕마니는 시골 출신으로 꿈을 품고 상하이에 올라와 명품 판매를 하고 있다. 판매왕이 되어 회사에서 보내준 크루즈 여행에서 이상형의 남자를 만난다. 왕마니는 야망이 강한 캐릭터로 자상한 남자 친구를 장래가 어둡다는 이유로 찬 적 경험이 있다. 새로이 만난 남자친구 량정센은 외모, 성격, 능력에서 완벽해 보였으나 결국 가려진 이면을 보게 된다. 내가 보기에는 량정센이 과하게 돈을 쓰면서 선심을 쓰는 듯 보였는데 역시나 숨겨둔 여자 친구가 있었다. 7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를 두고 수시로 다른 여자를 바꿔 왔던 것이다.
오랜 여자친구가 이별에 고통스러워하는 왕마니에게 말한다. 자신이 더 불쌍하다고, 량정센이 자기 몰래 수시로 바람피우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일을 그만두고 그의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을 그의 애완견처럼 느끼고 있으나 돈이 주는 화려한 생활을 멈출 수가 없다며 냉소적으로 말한다. 랑정센은 왕마니에게 계속 만나자고 화려한 생활을 보장해 주겠다면서 잡소리를 내뱉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왕마니는 다시 상하이로 올라올까?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구자
구자는 남편을 내조하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아들을 원하는 유치원에 보내고자 우연히 알게 된 사모님을 기반으로 그녀들의 모임에 들날날락 하게 된다. 남편이 파산 위기에 있을 때 부녀회 멤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남편은 불꽃놀이 사업을 하는데 놀이공원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남편을 둔 사모님이 도움으로 사업을 유지하게 되었다. 부녀회를 통해 아들과 남편까지 도움을 받은 구자는 모임을 위해 헌신한다. 남편은 가식적인 부녀회에 맞추려는 구자를 못마땅해하며 인맥을 통한 편법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위기를 돌파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구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부녀회에 적응하려 하지만 결국 어떤 사모님에게 부실 사업을 인수하는 사기를 당하고 어려움에 처한다. 구자는 자신이 지름길을 가려다 호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현재 시점에서 다시 일어나고자 최선을 다한다. 부녀회에 가서는 사기 친 사모님을 멱살 잡으며 따지기보다는 남편의 부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빈 껍데기인 자신을 돌아보라며, 그래도 구자는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깨닫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당차게 나온다. 망해가는 차 공장을 일으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구자, 과연 살려낼 수 있을까?
중샤오친
상해 중산층 출신으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부족함 없이 자란 그녀는 부모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 후 남편의 보살핌을 받으며 평탄하게 살아왔다.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남편이지만 낭만이 없다는 게 불만이었던 샤오친은 아이의 유산을 계기로 남편과 사이가 벌어진다. 남편도 친정에서 정서적, 물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샤오친 때문에 힘들어했다. 샤오친은 아이의 유산이라는 큰 상실을 경험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지금까지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방향의 삶만 살아왔다고 깨닫는다. 이혼은 자신이 결정한 최초의 결정이라며 독립의 힘든 첫걸음을 내딛는다.
인생이 준 시련의 모퉁이에서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걸음을 한 샤오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지금 연하의 남친을 사귀고 있는 데 그로 인해 전 남편의 가치를 알게 되고 다시 돌아간다는 스포를 살짝 보았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결국 독립적인 인격체가 되어 남편과 재결합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23화까지 본 나의 소감은 세상만사 지름길을 없다는 것이다. 치뤄야 할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하며 그런 과정을 통과하고 얻은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동안 내가 인생에서 겪었던 힘듦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즉 겪었던 고통과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1:1로 매칭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보이지 않게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고통도 쓸모없고 이유 없는 것은 없다. 단지 그것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 삶이 어떤 것을 배우라고 고통을 주었을 때 ‘겨우 서른’의 주인공처럼 편한 지름길을 거부하며, 정면돌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당연시 생각하는 마음을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소중히 일궈온 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험한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야 하고, 가정경제를 살펴야 하며, 일보 전진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이 항상 있다. 너무 불안함이 과한 걸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 이를테면 책 읽기, 글쓰기도 소홀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벌어진 다양한 일들을 해석하고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나에겐 책 읽기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방향없는 노력은 바다로 가야할 배가 산으로 갈수 있다. 또한 해야 할 일들만 정신없이 한다면 나 자신이 피폐해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순간순간 고민된다. '둘 다 적당히 하면 된다'는 정답이 있지만 그 ‘적당히’란 판단이 나에게는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