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글쓰기가 노동이 되다.

출간일기 8

by 라온써니

요즘에 글쓰기가 힘든 노동이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한글 파일을 보면 한숨과 함께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제 TV에서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의대생이 육아도 하고,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하고 있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나와 전혀 다른 유전자의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탄하며 보았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으며 시험공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한 직원은 2시간만 자며, 4개월 만에 합격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존경스러웠다. 나도 시험공부할 때, 나름 죽기 살기로 했는데 잠은 도저히 줄일 수 없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고 하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나의 상태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나만의 ‘열심히’의 수준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비교는 좌절감만 커진다.


여러 책에서 글쓰기는 엉덩이라고 하는 노동이라는 글을 읽었을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글쓰기가 왜 노동이라는 거지? 그런데 내 맘대로 쓰는 글과 판매를 위해 쓰는 글은 다른 것 같다. 지금도 이 출간 일기는 술술 써지고 참 재미있다.


물론 18년의 도서관 생활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보람이 있다. 하지만 문단의 흐름이 이상하지 않도록, 표현이 지루하지 않도록, 나의 개성이 나타나도록, 객관적인 견해가 담기도록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 노동이다.


선인세를 주신 후 출판사에서 소식이 없어 직접 연락을 드렸다. ‘꼭지를 완성하는 데로 보내드릴까요? 아니면 한꺼번에 작성하여 9월 말에 보내드릴까요?’ 여쭤보았더니 다 괜찮다면서 처음 집필이라 불안하다면 몇 꼭지씩 모아서 보내주면 피드백해 주시겠다고 했다. 이런 것도 배려해 주시는 천사 같은 과장님이시다.


당연히 나는 불안하니 조금씩 모아서 드린다고 했다. 4개의 꼭지를 보냈고 피드백이 왔다. 큰 틀에서 전체적인 조언을 해주셨고 세부 글에 대해서도 멘트를 주셨다. 정성껏 해주신 조언에 잘 부응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글을 쓰며, '내가 너무 생각 없이 살고 있나?', '너무 상식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머리에 들은 게 없어 글쓰기에서 한계를 느낀다. 예전에 글쓰기 수업할 때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한 권씩 사회과학책 읽는 것을 권하셨는데 그때 열심히 읽어둘 걸 후회가 된다.


글을 쓰면서 처음 글의 구조를 잡아가는 것도 막막하지만, 한번 쓴 것을 계속 수정해야 하는 것도 미칠 지경이다. 나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서 한번 쓰고 두세 번 퇴고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올린다. 근데 이놈의 책 쓰기는 보고 또 봐도 수정할 게 계속 나온다. 하나의 꼭지에 수십 번을 보고 있다. 토가 나올 지경이다.


이웃 블로그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유튜버 신사임당은 ‘본 게임은 열정이 식은 후부터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하기 싫은 수준까지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 나는 지금 본 게임이 시작된 것일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 내가 책을 쓸 정도의 콘텐츠와 글솜씨가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 계속 든다는 거다. 인제 와서 교양을 쌓고 글솜씨를 늘리기는 글렀다. 내가 가진 밑천으로 무식하게 열심히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상하게 글쓰기는 열심히 한다고 잘 써지는 게 아니라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해야 글이 잘 써지는지 모르겠다. 어디 가서 마음가짐 노하우라도 전수받고 싶다. 출판사 과장님과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과장께서 글은 '손으로 낳은 자식'이라는 표현을 하셨다. 글쓰기란 원래 애 낳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하는 것은 어렵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어려운 그 기분, 그런 기분이 찾아올 때 나는 주로 ’ 질 수 없다 ‘는 생각을 많이 했다. 수현을 생각할 때나 곡 작업이 안 풀릴 때, 돈이 너무 없을 때에도 그렇게 질 수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61P.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부여잡고 끙끙 되는 것을 멈추지만 말자. ’ 질 수 없다 ‘라는 생각으로 내팽개치지만 않으면 그 끝에는 뭔가를 잡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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