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기 11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점심시간에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원은 올여름에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게 목표라고 했다. 처음엔 운동 삼아 헬스장을 갔고, 우연히 P.T를 받게 되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바디 프로필을 찍고 싶어졌다고 한다. 재미있게 글을 쓰다가 얼떨결에 책까지 내게 되는 나랑 비슷한 과정일까? 지금은 식이요법과 함께 매일 열심히 운동 중이라고 한다. 덕분에 나도 매일 함께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으며 아침, 저녁 폭식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잘 유지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즐겁게 운동하면서 체력도 기르고 활력도 생겼다면서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했는데, 오늘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바디 프로필을 향해 가려니 너무 힘들단다, 내가 왜 생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바디 프로필의 부작용도 많다고 했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참았던 욕구들이 나중에 폭발하여, 요요와 거식증 폭식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힘든 걸 보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했지만 그렇게 부작용 많은 것을 꼭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지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럼 바디 프로필 찍는 거 그만두신 건가요?“
”아니에요. 하긴 해야죠. 그런데 꼭 해야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좀 편히 가지려고 해요.“
”맞아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면 건강도 챙기고 좋죠.“
이렇게 말했지만, 오늘 저녁도 운동하러 헬스장에 간다고 하는 그녀를 보며, 고비를 극복하고 반드시 해내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녀와 걸으며 나의 마음 상태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좋아서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힘듦을 느끼지만 어쨌든 꾸역꾸역하고 있다는 거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필수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일까? 책을 쓰면 쓸수록 오래 붙잡고 있을 게 아니라는 생각만 든다. 빨리 끝내고 마음의 짐을 놓고 싶다. 힘들수록 그 마음이 강해져서 이젠 책도 영화도 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책만 내면 몇 개월 정도 절필 수준의 글쓰기 휴지기를 가져야겠다는 심경이다.
어쨌든 지금은 열심히 초고를 보내고 있다. 출판사에서는 대략적인 글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 세세한 것은 나중에 잡자고 하시는 데 초고를 다 보낸 후에 퇴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일단 초고를 완성하는 게 당장 해결해야 할 큰 문제지만 말이다. 내가 지금 책을 쓰지만 어떻게 해서 책이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나는 어떤 과정을 통해 책을 내게 될까? 과연 그날이 오긴 올까? 지금은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지만 언젠가 이 과정도 보람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