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기 10
서서 에세이를 쓰면서 예전 일이 기억이 안 나고 가물가물하여, 예전에 했던 업무 자료를 많이 뒤져보고 있다. 예전 행사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에 조금이라도 더 젊었던 나의 사진과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 그때 행사 분위기, 그 시절 나의 개인사까지 떠오르며 눈물이 나왔다.
나이 들수록 인생이란 게 별것이 없다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나 자신에게 다독이게 된다. 그냥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좋은 삶, 잘 사는 삶을 위해 고민하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왜냐면 모든 게 상대적이고 절대적으로 잘 사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살짝 이상한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너그러워졌다. 좋은 사람이 꼭 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원래 인간은 조금은 나쁘고 조금은 좋으니까 말이다. 조금은 나쁜 나를 인정하고 나의 마음에 최대한 충실하게 살려고 한다. 한마디로 이기적인 년이 되기로 했다.
이렇게 건조한 마음을 가지고 그동안 나름 자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사진을 보니 무슨 마음인지 모르는 눈물이 난다. 내가 뭔가를 억누르고 있었을 것일까? 심오한 심리적인 세계라 나도 잘 모르겠다. 정신없이 살아오던 30대가 떠오르며 마음이 아려온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힘겹게 얻은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세상엔 당연한 건 없는 거다.
작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되면서 내 삶의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일단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는 것부터 큰 사건이다. 40대 중반에서야 나를 위한 삶을 살게 되었다. 30대에는 나이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여유가 생긴 1~2년 전부터 갑자기 나이 들어 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나를 위한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갑자기 오춘기가 왔다고나 할까?
하지만 예전 사진들을 보면서 오춘기를 느낄 수 있는 여유,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복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그리고 힘들었던 30대에 대해서도,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는다는 인생 대명제를 생각하면서 내가 무엇을 잃으면서 무엇을 얻었는지 곱씹어 보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나이 들면서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다. 최근에 예전에 친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매사 부정적인 태도가 같이 있는 내내 불편한 거다. 생각해 보니 예전엔 나도 그랬고 서로 만나기만 하면 인생 힘들다고 신세 한탄하기 바빴다. 인생에서 고통이 없어질 순 없겠지만 지금은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관심사가 다양해졌다. 그 관심사들이 나만을 위한 것이기에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 최근 1~2년 사이에 내가 많이 변했다.
불편한 마음이 생기니 아무래도 친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가까이했던 친구를 멀리하게 되면서, 내가 변하면 사람과의 관계도 변하는 것 같아서 한동안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변화는 좋은 것이고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야 또 다른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턴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이것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서 내 주변에 아무도 안 남으려나~~ ㅠㅠ
앗~ 출간 일기가 이상하게 다른 데로 세고 있다. 암튼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찾아온 책 쓰기는 지금 나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기회가 왔으니 잡기는 했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다가와 지금 내가 뭐 하는지도 모르겠다.
주중에 고단함이 있기에 주말이 달콤한 것처럼, 책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보니 요즘에는 수험생처럼 하고 싶은 게 많다. 드라마도 보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책도 보고 싶다. 물론 내가 이런 것들을 다 희생하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도 미치지 않기 위해 적당히 논다. 하지만 쫓기는 마음에서 하다 보니 좀 더 하고 싶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한 마디로 글 쓰는 게 짜증 나서 회피하고 싶다는 거다. 하지만 고무적인 건 그동안 꽤 많이 썼다는 거다. 초고라 다시 보긴 해야 하지만 일단 3분의 1 정도는 진도가 나갔다. 으하하하하하!!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어쨌든 쓰고는 있으니 언젠가 끝이 나겠지. 되는 데까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