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기 14
25꼭지를 넘겼다. 보통 한 꼭지에 A4 2~3장이니 60~70장 정도를 쓴 셈이다. 원고 질을 떠나서 초보자가 일정 분량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다. 책을 쓰면서 글은 반드시 일정 기간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았다. 나 같은 경우는 마음먹고 오늘 반드시 이 꼭지는 완성해야지 다짐을 해도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즉 하루에 나올 수 있는 글의 양은 정해져 있는 듯했고 아무리 커피를 사발로 들이켜도 한계에 다다른 머리는 절대 굴러가려 하지 않았다.
의지박약인지 나의 이상한 머리가 문제인지 고민하다가 우연히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 조승연 작가는 창조적인 것은 하루에 2시간 이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좀 더 해보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이나 다른 활동을 한다고 했다. 조승연 작가와 같은 전문작가도 저럴진대 나 같은 초보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머리가 정지되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게 되었다. 뭐 다른 작가들이 어떤지는 확인을 안 해서 잘 모르지만, 나 편할 대로 믿기로 했다.
인터넷에 올릴 때는 글을 쓰고 한두 번 퇴고하고 바로 올리지만, 책 원고는 생각들을 흰 종이에 마구 풀어놓은 후 다듬어 가는 과정을 수십 번은 하는 것 같다. 꼭지 하나당 하루에 나오는 생각은 정해져 있으므로 꼭지 2~3개를 진도를 동시에 나갔다. 조금이라도 많이 쓰기 위한 내 나름의 발버둥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런 내가 책까지 내게 된 것은 도서관 경력 18년의 삶 덕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차피 안되는 글 솜씨보다는 나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솔직하게 풀어내도록 노력했다. 아직 편집 과정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이후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사실 편집 과정에서 추가 원고를 요청하실 수도 있다고 하셔서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작가 소개 에필로그 프롤로그도 써야 하는데 이것들이 더 막막하다. 하지만 일단 초고를 넘기고 나니 왜 이렇게 후련한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여전히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를 꿈을 이루고 나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놀랍게도 그다지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출간은 기적과도 같지만, 그 기적 끝에는 예의 평범한 일상이 이어집니다. 통장 잔고가 확 불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그저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이들이 조금 생기는 것, 그리고 서점에서 제가 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되엔 거의 모든 게 그대로입니다. 처음 책을 내고는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주요 서점에 들러 책이 놓인 매대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그 감동도 시간이 지나면서는 점차 희미해집니다.
...(중략)...
책을 낸다는 건 어떠면 들이 노력이나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것은 터무니없이 적은 수지 안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이경 228-229p.
예전에 대형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면서 막연히 언젠가 내 책도 깔릴 수 있을까 잠깐 상상한 적이 있다. 곧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면서 혼자 웃고 말았는데 지금 현실화하고 있다. 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이런 감동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희미해져 버리는 걸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충분히 겪어온 이상한 인간의 본성을 고려했을 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앞으로의 나의 감정의 변화와 편집, 표지 디자인을 고르기 등 다가올 일들 모두 지금은 미지의 세계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책 원고를 넘겼다는 것 자체도 가끔은 현실감이 없다. 내가 지금 책 쓰고 있는 거 맞겠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