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는 수지 타산 안 맞는 장사

출간일기 16

by 라온써니

2020년 5월부터 블로그 시작으로 글쓰기 시작, 그해 10월 브런치 입성, 2021년 3월 출간 제의


이렇게 써놓고 나니 정말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2020년 5월에 왜 글쓰기를 시작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2018년까지 거의 10년간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업무, 육아, 가사가 전부인 삶을 살았다. 유일한 취미는 가끔 책을 읽는 정도였다. 일기조차 쓰지 않던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2019년 헬 보직에서 벗어나고, 아이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2019년에 마음속으로만 품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독서 모임을 6개월 넘게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색다른 모임을 해보고 싶어 한 달에 한 권을 책을 함께 읽고 독후감을 쓰는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1,000자 이상을 써야 했는데, 그 모임을 위한 글이 내 첫 번째 글쓰기였다.


그 막막함이 지금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1,000자를 채울 자신이 없어 이리저리 독후감을 검색하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뭔 배짱인지 바로 브런치에 응모하였고 떨어진 후 브런치는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독후감 써놓은 게 아까워 2020년 5월에 블로그를 열었다. 쓰기 모임 가입과 브런치 낙방, 블로그 오픈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이웃 ‘이라는 신세계가 있었고,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정도로 글쓰기가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여유가 생겼는데 어느새 젊음은 사라졌고, 그 틈을 비집고 오춘기가 찾아온 복잡한 마음을 글을 쓰면서 극복했던 것 같다. 코로나가 닥쳐 오프라인 모임을 끊고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작년 10월쯤 멤버 중 한 명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잊고 있던 나도 한번 응모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도전한 지 5개월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도 블로그처럼 나를 위한 글쓰기로 일기처럼 올리고 있던 와중에 블로그 이웃 소개로 우연히 ’내 책 내는 법‘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이왕 쓰는 거 주제가 있는 글쓰기를 해볼까 했고 마침 브런치에 ’메거진‘이라는 것도 있길래 재미로 도서관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글 몇 개 쓰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출간 제의를 받게 되었다. 내가 책을 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흥분되었다. 내가 왜 쓰는지 뭐 하는지도 모른 채 갑자기 다가온 행운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했다.


정신 없이 초고를 제출하고 요즘 드는 생각은 나를 위한 글쓰기와 다른 사람을 위한 글쓰기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글쓰기가 고통이 되지 않으려면 내가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남을 위해 내어 줄 게 많아야 한다. ’희생‘을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왜 ’희생‘이란 단어를 썼냐면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은 장사이기 때문이다. 쓰는 노력에 비해 수입이 변변치 않은 장사다. 보이지 않는 부분, 즉 대의가 없다면 절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글 쓰는 거로 생계유지는 어려워 보인다.


고로 나는 지금 준비 중인 책을 낸 후에는 다시 나를 위한 글쓰기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 남들 보기에는 목적이 없는 글쓰기로 말이다. 꼭 써야겠다는 것도 내려놓고, 되는대로 읽고 쓰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천운이 따라 누가 또 출간 제의를 해 온다면 열심히 하겠지만 제2의 출간을 목표로 전략적인 글쓰기는 하지 않겠다.


대신 내 안에 뭔가를 차곡차곡 쌓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쓰기 덕분에 오춘기를 극복하고 뜻하지 않게 책도 냈으니 나도 글쓰기에 뭔가를 보답하긴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누구에게 무엇을 내어 줄 만큼 내면이 알차지 못하다. 언젠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가득 차 글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날을 꿈꿔본다.


아니면,

출판 시장이 활성화되어 책 쓰기가 수지 타산이 맞는 장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일 나의 첫 책이 대박 난다면 지금까지 나를 위한 글쓰기 어쩌고는 다 취소고 내 안에 남에게 줄 게 있든 없든 간에 뭐든 쥐어짜서라도 죽기 살기로 책 출간에 매달릴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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