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기 17
출판사에 초고를 보내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7월에 여러 책이 출간 예정이어서 과장님이 무척 바쁘신 듯했다. 이해는 되면서도 연락이 없으니 초조하다.
글쓰기가 힘들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초고를 보내고 나니 속이 후련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초고를 보낼 때는 나중에 편집하면서 의견 주실 때 다시 검토할 기회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출간이 처음이다 보니 내가 추측한 것이 다 맞을지 불안하다. ‘다시 볼 기회가 있는 거 맞겠지?’ 애써 마음을 다독여 본다.
초고를 보냈지만, 자기소개,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써야 했다. 평소에 책 읽을 때 유심히 보지 않는 부분이라 무엇을 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무튼’ 시리즈의 작가 소개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쭈욱 훑어 보았다. 처음에는 참고하려고 읽었는데 읽다 보니 내용에 심취되었다.
살아가면서 어느 하나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엄청난 삶의 열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으며 삶의 에너지가 느껴졌고 동시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겐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 없었고 허전함이 밀려왔다. 동시에 수려한 글솜씨를 보며 좌절하기도 했다. 책을 써보고서야 글을 읽을 때 쓰는 관점에서 보게 된다. 그러기에 더욱 괴롭다.
글쓰기는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블로그 이웃의 추천으로 오디오 클립에서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듣고 있다. 은유 작가의 삶의 철학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다 보면 글쓰기의 유용한 정보가 스민다. 정말 유능한 작가다. 오디오 클립 수업을 들으면서 글로 먹고사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막막했던 작가 소개 에필로그 프롤로그도 자꾸 앉아서 빈 화면의 커서를 뚫어지게 째려보니 한자라도 꾸역꾸역 쓰게 되고 어느 정도 완성했다. 그래서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하는 건가?
요즘 이유 없는 무기력이 찾아왔다. ‘책 쓰기를 향해 달려오다가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그럴까?’ 도서관은 주말에 근무하고 평일에 쉬는 날이 많은데 정말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이유 없이 마음이 힘들었다. 미료님의 안락한 하루 라는 책에서 인간은 즐거움을 느낀 딱 그만큼 고통을 느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작가는 즐거움도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책 출간으로 온 흥분을 넘어선 광분 상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며, 긴장감이 해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까? 일시적 현상이어야 한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너무 누워 있어서 지겨워질 때 윌라 오디오 북을 들었다. 오래간만에 아무 목적 없이 책을 들으니 즐겁기도 했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아무 목적 없는 책 읽기는 2019년까지 나이 유일한 취미였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자동으로 다음 책에 대한 상상이 들었다. 4차원 엄마의 목동 적응기 한두 개 쓰다가 말았는데 그거 한번 제대로 써볼까? 이 출간 일기도 잘 정리해서 전자책으로 만들어볼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책 쓰기도 중독성이 있는 걸까? 바로 직전 출간 일기에서 다시는 책을 위한 글쓰기를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금방 마음이 바뀌어도 되는 걸까? 이 ‘귀차니즘’과 무기력에서 탈출하여 과연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을까? 단순히 출간과정이 길어지니 지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