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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May 07. 2020

[중국어] 보통화와 방언

보통화를 우선 배우되 지역 방언의 주요 표현들도 외워두자

普通话(Standard Mandarin/Putonghua)是现代标准汉语的另一个称呼,是以北京语音为标准音 ,以北方官话为基础方言,以典范的现代白话文著作为语法规范的通用语。
보통화는 현대 표준 중국어의 다른 명칭으로 북경어음을 표준음으로, 북방관화를 기초 방언으로, 모범적인 현대 중국어(백화) 저작을 문법적 규범으로 하는 통용어이다. (바이두)

 보통화는 중국의 표준어다. 보통화를 북경말로 아는 사람이 있는데 보통화는 북경어를 포함한 북방 언어를 기초로 만든 표준어이다. 중국 사람도 '북경 사투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면 북경어가 중국 표준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바이두의 정의를 보면 북방관화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관화는 예전 중국 각 지역마다 언어가 달랐을 때 관리들이 행정을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했던 언어를 말한다. 관화라고 하지만 관화도 완벽이 통일이 되지 않았는지 북방에서 사용하던 관화를 기본으로 보통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글로 적는 문어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구어가 서로 달랐다. 중국도 '글과 말이 서로 사맛디 아니'했던 것이다.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여러 사회개혁 운동 중 하나로 문체 개혁 운동이 일어났다. 글을 쓸 때 전통적인 문어체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쓰는 구어(백화)를 사용하자는 운동이다. 중국식 글과 말 일치 운동이다. 보통화는 기존의 어려운 문어체를 버리고 일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의 문법을 적용한다. 글과 말이 달랐고 이를 통일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은 문명 발전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한국의 한글 사용, 유럽의 각국이 라틴어를 버리고 프랑스어, 독일어 등 각자 자기 지역의 말을 글 생활의 중심으로 삼은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지방마다 방언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어인 보통화가 필요하다. 중국의 방언은 우리나라의 사투리 수준이 아니다. 중국 땅 크기가 한반도 남북한 합보다 40배 이상이 크다. 서울과 제주도 사투리의 차이의 40배라고 한다면 사투리라기보다 외국어에 더 가까울 것이다. 보통화와 광동성, 홍콩에서 쓰이는 광동어(Cantonese)는 완전히 다른 언어이다. 북경을 비롯한 북방 지역과 산동, 섬서, 내륙의 사천성 등은 그래도 차이는 있으나 서로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같은 계열의 언어로 볼 수 있다. 상해, 복건성, 저장성, 광동성 등 동남쪽 연해 지방의 언어는 보통화와 완전히 다른 '외국어' 방언에 속한다. 상해의 상해어, 복건성의 민남어, 광동 및 홍콩의 광동어는 보통화만 아는 사람은 절대 알아들을 수 없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그리고 세계 최대의 영토를 가진 원나라는 모두 북방 민족이다. 가장 최근 중국을 지배했던 북방민족의 영향이 언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동북 3성, 북경을 포함한 화북, 사천성을 포함한 중부까지 모두 보통화와 유사한 하나의 언어 계열로 볼 수 있다.


 보통화는 표준어지만 각 지역마다 사용하는 보통화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표준'은 지향하는 단어이지 현재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배우면 영어 발음에 자연스레 한국어 발음이 묻어 나오듯 중국 각 지방 사람들이 보통화로 말하면 발음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 그 지방 방언의 영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권설음 발음이다. 권설음(zhi, chi, shi)은 영어의 r 발음과 같이 혀가 말린 상태에서 내는 발음이다(각각 즈r, 츠r, 스r). 중국 남방, 그리고 대만에서는 권설음의 r발음이 약해 즈(zi), 츠(ci), 쓰(s)와 잘 구분되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은 숫자 십(shi)와 사(si)를 말할 때 헷갈리지 않도록 말과 동시에 손가락으로 숫자를 만들어 보여주는데 예를 들면 십(shi)을 말할 때 손가락으로 십자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남방, 대만에서는 이런 보충 설명이 없다면 숫자 10과 4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외에 내가 있던 중경에서는 ㄴ(N)발음과 ㄹ(L) 발음 구분이 모호했다. 예를 들어 '국내'를 보통화로 말할 때 궈네이(GuoNei)라고 해야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 궈레이(Guolei)로 들렸다. 중경 방언의 영향인 듯했다. 중경 사람들은 자신들의 보통화가 표준 보통화가 아닌 사천식 보통화(川普,四川普通话 사천 보통화의 줄임말)라며 자조했다. 각 지방 간에 사용하는 보통화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어느 정도 배운 한국사람이 중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외국인이세요?"(外国人)가 아닌 "외지인이세요?"(外地人)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었다면 중국인으로 오해받을 만큼 중국어를 잘한다고 자부해도 된다.  

 

 중국 사람들은 학력, 세대에 따라 구사하는 보통화 수준이 다르다. 사무직 대졸 직원들은 대부분 보통화가 유창하다. 사무직 직원들과 회의는 모두 보통화로 진행했다. 반면 중졸, 고졸 중심인 생산부 직원들은 보통화를 어색해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부장이 질문을 보통화로 하니 보통화로 대답하지만 몇몇 직원들은 영 어색해했다. 정부 사람을 만나도 50대 이상의 간부는 외국인인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중경말을 쏟아냈다. 나를 무시했다기보다 자신이 중경말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같이 간 직원이 중경말을 보통화로 통역(!)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젊은 세대일수록 중경말보다는 보통화를 더 편하게 여긴다. 한 번은 우리 아이의 중국 친구 생일 파티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쪽 테이블에는 부모들, 다른 쪽 테이블에는 아이들이 앉았다. 부모들은 중경말로 대화했고, 아이들끼리는 보통화로 놀았다. 외국인인 우리 아이 빼고 나머지는 모두 중경 아이였음에도 아이들은 중경말을 쓰지 않았다. 젊은 세대, 더 어린 세대는 보통화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  


 중국 사람들끼리도 상황에 따라 보통화, 현지어 사용을 달라한다. 타 근무지에서 일하는 주재원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해, 광동 심천과 같이 외지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할 때 항상 보통화를 쓴다고 한다. 중경은 중경 토박이 비율이 높아 중경 사람끼리만 있는 경우에는 보통화보다는 중경말을 절대적으로 많이 썼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우선 보통화로 말한 후 서로 중경 본토인임을 확인하면 바로 중경말로 전환한다. 만약 함께 일하는 팀에 중경말을 못 하는 타지인이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보통화를 쓴다. 사무직 직원은 보통화, 중경말 전환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중경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중경말을 썼지만 부부가 모두 중경이 아닌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경우 집에서도 보통화를 썼다. 부도 둘 다 중경 사람이지만 아이에게는 교육을 위해 보통화를 쓰는 경우도 많지는 않았지만 있었다.


 업무, 공식적인 행사는 모두 보통화로 진행된다. 외국인인 내가 참여하는 회의는 모두 보통화로 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내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가 들어올 때 발생한다. 다시 회의실로 돌아오면 보통화로 잘 진행되면 회의가 모두 중경말이 변해있다. 때로는 자기들끼리 중경말로 하다가 내 얼굴을 보면서 서서히 보통화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람에게 반말로 말하다가 연장자와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존댓말로 전환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 직원들은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전환이 능숙했다.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보통화를 우선 배워야 한다. 보통화를 해야 업무를 할 수 있다. 글도 읽을 수 있다. 보통화를 해야 중국 어느 곳을 거더라고 호텔, 식당에 갈 수 있고,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색이 강한 지역에 근무한다면, 주위에서 그 지방어가 자주 들린다면 자주 쓰는 표현 몇 개쯤은 외워두는 것이 좋다. 혹시 기회가 되어 문장까지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당신이 보통화를 구사하다 지방어를 섞어서 말한다면 그 지역 사람들의 환대를 받을 것이다. 한국말 잘하는 파란 눈 서양인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 당신이 지방어를 말할 때 그 지방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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