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젠성 사투리가 일본 음식 이름이 되어 다시 한국으로 수입
짬뽕.
예전부터 참 궁금했다. 이 단어가 어디에서 온 건지. 영어를 비롯한 서양 말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일본말도 아니고.
우리는 참 외래어를 많이 쓴다. 그중 영어를 참 많이 쓴다. "클라이언트가 컴플레인을 제기해서 A/S 차원의 미팅을 새로 어레인지해야 할 것 같아요" 벤또 등 단어는 더 이상 쓰지 않지만 빵구, 와사비, 이빠이 등 일본 단어는 아직도 사용한다. 메리야스, 오르간, 카스테라, 베란다, 조끼 등의 단어는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포르투갈어가 일본을 통해 한국어에 반영된 사례이다. 17세기 대항해 시대에는 포트투갈어가 오늘날의 영어와 같이 국제어 기능을 했다. 알고보니 짬뽕이란 말도 일본을 통해 들어 온 다른 나라의 외래어이다.
짬뽕은 일본어인 잔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잔폰은 일본에 있던 중국 푸젠성 출신 화교들이 즐겨먹던 면 음식 이름이었다. 19세기 말 일본은 서구 문물 수입과 사상 개혁의 중심지였고 많은 중국 학생들이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 푸젠성은 중국 동쪽 연해 지방으로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워 일본에는 푸젠성 유학생이 많았다. 이후 중국 국민당의 수장이 되는 장제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돈이 많지 않은 푸젠성 유학생들을 위해 나가사키에 있는 한 식당에서는 면에 다른 여러 재료를 섞은 간단한 음식을 제공했다. '밥 먹어(吃饭)'의 푸젠성 사투리를 한글로 표현하자면 '자뻥'과 '자펑'의 중간쯤 된다. 이 말이 음식 이름 잔폰이 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푸젠성 사투리(민남어)는 타이완의 방언인 대만어와 같다. 타이완 여행을 가면 식당에서 '자뻥'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푸젠성 사투리 '자뻥'이 일본에 가서 음식 이름 '잔폰'이 되고 이것이 다시 한국에서 '짬뽕'이라는 말로 변형된 것이다.
부연하자면 중국에서는 짬뽕을 차오마미엔(炒码面)이라고 부른다. 산둥성 음식이라고 하는데 야채에 여러 해산물 등을 곁들여 맵게 만든 것이 한국 짬뽕과 비슷하다. 반면 일본 나가사키 음식 잔폰은 야채, 해산물은 들어가지만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맑은 탕이다. 말하자면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짬뽕’의 음식은 중국 산둥에서, 말은 푸젠에서 왔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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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짬뽕
: 잔폰
: 짬뽕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