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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Jun 24. 2020

보통화 중 북방민족의 영향 예시

 "대만에서는요, 유턴을 掉头라고 하면 못 알아들어요. 그냥 回转(회전)이라고 합니다" 


 택시 안에서 나는 주재원 선배에게 말했다. 


 "그게 다 북방 기마민족의 영향이야. 말 타는 민족이 기존 중원 민족들을 점령했다는 증거야"


 이전부터 역사에 관심 많았던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면 중국의 마지막 왕조는 청나라는 만주족의 국가다. 그 전 전 세계를 지배했던 몽골족의 원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보통화를 북방 관화를 중심으로 만들었다니 북방 민족의 보통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은 나름 일리가 있었다. 


  掉头는 돌리다+머리, 즉 머리를 돌린다라는 뜻이다. 무엇의 머리를 돌렸겠는가. 당연히 말 머리를 돌린다는 뜻이다. 우리도 차를 '나의 애마'라고 부른다. 차와 말을 동일시한다. 중국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턴을 '말 머리를 돌린다'라고 표현한다. 


 보통화에 다른 이와 같은 북방 민족의 영향을 받은 표현들이 있을까. 말과 관련된 표현을 생각해보니 다음의 두 단어가 생각난다. 马上 그리고 拍马屁.


 马上. 중국 사람들이 아주 자주 쓰는 말이다. 직역하면 '말 위에 있다', 뜻은 바로 또는 즉시이다. 빨리 오라는 요청에 '말 위에 있어'라고 대답한다면 이는 '금방 도착해'라는 뜻이다. 농경민족이 이런 표현을 만들기는 어렵다. 분명 말과 항상 친숙하게 지냈던 기마민족이 만든 표현이다. 어찌 보면 전투에서 기마병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말을 잘 다루는 민족의 농경민족에 대한 지배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아부하다는 중국어로 뭐라고 할까. 영어를 먼저 생각해보자. 영어로 아부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flatter라는 근사한 단어도 있지만 brown-nose라는 좀 비위생적인 표현도 있다. 갈색 코가 왜 아부하다는 뜻이 되는지.. 미국인 친구는 아부하는 사람은 아부 대상 사람의 'ass kissing'을 많이 하기 때문에 코가 갈색이 된 거라고 설명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영어에는 엉덩이ass 관련 표현이 많다. 모두 하나같이 저급 표현이기 때문에 더 설명하기는 민망하니 그만두겠다. 그럼 중국어로 아부하다는 무엇일까? 바로 拍马屁이다. 여기서도 엉덩이가 나온다. 拍马屁는 말 엉덩이를 두드린다는 뜻인데 말 엉덩이와 아부하다가 무슨 상관일까. 우선 말 기분이 좋게 엉덩이를 두드리는 행동과 아부하는 행동을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말 위에 탄 '귀하신 분'을 모시기 위해 말이 기분 좋게 엉덩이를 두드려줬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말을 기분 좋게 한다는 표현이 아부한다는 뜻으로 사용됨은 다름없다. 고려, 조선에도 말은 있었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 쓰는 단어 중 말이 나오는 표현은 별로 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말을 빠른 특성을 이용한 표현이지 평소 자주 쓰는 생활 속 단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런 표현이 보통화에 대한 북방 민족의 영향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나의 가설이다. 언어의 형성을 수백 년간 따라가며 분석하기 어려우니 검증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니 현재 보통화는 이전 그런 기마민족 사회의 영향을 아직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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