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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Jan 02. 2022

D+14 공황장애

처음 겪는, 견딜 수 없는 이 느낌

시간이 너무 많아도 병


행복한 소리란 걸 안다. 처음 일주일은 너무 행복하다. 눈치 봐야 하는 회사 상사도, 잔소리하는 와이프도, 놀아줘야 하는 아이도 없다. 늦잠을 자도, 게임을 해도, 유뷰브를 한없이 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일주일이 지나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특이점에 도달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더 이상 즐겁지 않다. 모든 일을 아무리 천천히 해도.. 시간이 남는다. 당황스럽다. 이젠 잠도 오지 않는다.


넘치는 것은(과), 모자람(불급不及)과 같다(유犹). 너무 많은 시간을 감당할 수 없다.


처음 겪어보는 이 느낌


평일에는 그래도 회사 출근 시간에 맞추어 컴퓨터를 켜고 끈다. 금요일 저녁이면 나도 '퇴근'을 한다. 일주일 내내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누었는데 잠이  온다. 문득 복도를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우울감, 절망감, 고립감, 공포감  복잡한 감정이 갑자기 몰려든다. 여러 감정들이 갑자기 가슴을 후벼 파는데 견디기 어렵다. 나가고 싶어도  문을 넘어 나갈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몰려온다. 견디기 어렵다.


심박수가 빨라진다. 감정 통제가 안된다. 안절부절못하지 못해 방 안에서 혼자 왔다 갔다 한다. '나갈 수 없다'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호텔방 문 쪽을 보지 않으려 애쓴다.


천천히 놀란 가슴을 가라앉힌다. 다시 방을 바라본다. 넓은 침대, 깨끗한 화장실, 밖을 볼 수 있는 창문도 있다. 뭐가 문제지? 뭐가 부족하지? 감정이 추슬러지자 이제는 방금 전 그 감정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찾아본다. 공황장애라는 말에 눈이 멈춘다. 극단적인 불안 증상. 방금 내가 공황장애를 겪은 건가? 김구라가 겪었다는 그거?


할 일을 잔뜩 적어 자신을 바쁘게 하다


이제야  방에서 오후만 되면 색소폰을 불던 사람 마음이 이해가 간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행크스가 배구공과 대화하는 장면도 이해가 된다. 어떤 사람이 장식물을 준비해 격리 기간  호텔 방을 꾸몄다는 말을 듣고 피식 비웃은 적이 있었다. 이제 이해된다.


음악, 미술  취미 활동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학교가 시키는 대로 국영수 중심으로 살아온 사십  아저씨는   있는  별로 없다. 운동을 결심한. 그리고 자신을 바쁘게 한다. 아침에 QT 하고, 진도표를 만들어 책을 읽고, 날마다 연락할 사람 리스트를 만든다.  안에서   있는 모든 활동으로 하루를 계획한다. 최대한 문 밖을 상상하디 않는다. 2주나 시간이  남았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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