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격리 생활로 정신이 피폐해진다.
10평 남짓의 호텔 방에서 반복되는 도시락을 먹으며 나를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식물이 된다.
벽에 티비가 있다. 중국 뉴스가 나온다. 뭔가 익숙하지 않다.
한국 : 기분 나쁜 뉴스 80%, 나머지 20%
한국 티비 뉴스를 보면 빨리 다른 채널로 돌리고 싶어 진다. 정치 싸움, 사회 갈등, 범죄 뉴스가 반복되면 기분이 나빠진다.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미디어 간 경쟁으로 밋밋한 뉴스보다는 자극적인 뉴스가 인기를 끈다.
중국 : 긍정적인 뉴스 80%, 나머지 20%
중국 뉴스는 주로 중국 경제의 성장, 기업의 기술 혁신, 인민의 생활 발전 등 밝은 면만을 다룬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최근 외신, 한국 뉴스에서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시안 봉쇄와 사재기 등 물자난을 다루지만, 중국 뉴스에서는 시안을 돕기 위한 다른 도시들의 노력을 강조하고 '힘내 시안'을 외치는 시민 등 응원 메시지만 나온다.
총체안정总体稳定
중국 미디어는 사.회.안.정.이 주요 책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시안 생필품 수급 문제와 같은 생활 이슈도, 헝다 사태와 같은 산업 이슈도, 실업과 같은 경제 이슈도, 코로나 19 방역 이슈도 문제는 다소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안정'되었다(总体稳定)가 뉴스의 결론이다. 국민들에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 전달한다.
계도적인 관점
사기, 절도 등 부정적인 뉴스가 가끔 나오지만 방지를 위한 행동 수칙 등 다분히 계도적인 관점에서 범죄 뉴스를 다룬다. 이제 곧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같으면 코로나 19로 외국 입장객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 손실이 얼마이니 하는 뉴스가 메인을 장식하겠지만, 중국 티비에는 그런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컬링,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동계 올림픽 종목과 규칙에 대한 설명을 하며 국민들이 올림픽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부정적인 뉴스는 대부분 미국 뉴스
부정적인 뉴스가 있다 싶으면 미국 관련 뉴스이다. 미국의 인종차별, 이민자 갈등, 총기 사건 등 사회 이슈를 준엄한 시각으로 다른다. 미국의 자유주의를 설명하며 트럼프 지지자의 의회 난입 장면을 보여주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설명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군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난민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자유와 민주 명목으로 부당하게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외교부 성명이 반복된다.
기후변화, 환경보호 등 전 지구적인 문제에는 적극적
기후 변화의 위험성, 탄소 중립 목표, 생태 환경 보호에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나온다. 너네 서구 국가들이 산업혁명으로 지구를 오염시켜놓고 이제 와서 왜 사다리 걷어차기야 볼멘소리를 할 만도 하지만 의외로 그럼 뉴스는 없다. 환경이라는 미래 어젠다를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중국은 이렇게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