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 고민 거리는 거기서 거기다
재무부장
해외법인이 있으면 보통 법인장(총경리), 재무부장, 영업부장은 한국 본사에서 파견한 주재원이다. 생산부장은 법인 현지화 수준에 따라 주재원일 때도, 현채인일 때도 있다. 현채인도 한국인 현지채용, 현지인 현지채용 두 경우로 나누어진다. 때에 따라 영업부장을 현지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인 대표인 법인장과 CFO인 재무부장만큼은 마지막까지 본사 파견자 자리로 남겨 둔다. 이마저 현지화할 경우 '본사의 통제력'이 없어지고, 특히 재무부장이 현지화될 경우 자금 횡령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재무부장과 은행
보통 계약서에 돈을 지불하고 제품이나 용역을 사는 사람을 [갑], 돈을 받고 제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사람을 [을]로 표현한다. 갑은 요구사항이 다 만족되었는지 확인한 후 을에게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을은 갑의 눈치를 볼 수뿐이 없다. 여기서 [갑을관계]가 탄생한다.
개인이 여웃돈을 은행에 예금을 한다면 갑이 되고, 돈이 아쉬워 대출을 받는다면 신용평가를 받는 을이 된다. 하지만 거래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큰 기업은 예금을 해도, 대출을 받아도 갑이 된다. 은행은 남는 돈을 굴려야 하는데 대기업만큼 좋은 '대출 고객'이 없다. 재무부장은 이런 회사의 후광을 업고 갑의 위치에 선다.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거나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오해는 말자. 갑이라고 해도 회사가 정한 규정과 절차 안에서 움직일 뿐이다. 은행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재무부장 방문 면담을 하고, 간혹 식사 대접 정도를 한다. 그뿐이다. 명절 선물을 받아도 회사 규정에 따라 다 회사에 반납한다. 선물을 주어도 회사에 반납하는 것을 아니 은행 사람들도 이제는 선물을 주지 않는다.
은행 사람들과의 저녁, 일식집
재무부장 부임을 가장 먼저 챙기는 사람은 은행의 기업영업 담당자들이다. 한 중국 은행 영업 담당자가 전임자 복귀와 후임자 환영을 기념하는 저녁 회식을 하자 한다. 그래서 잡힌 저녁 장소가 일식집이다. 보통 중국 사람들은 스시 같은 날 것을 안 좋아하는데 한국 사람 기호를 고려하여 식당을 정한 것 같다.
은행에서 세 명이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은 40대 후반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이고, 나머지 두 명은 30대로 어리다. 귀속말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임자에게 물어본다. 전임자는 별로 안 중요하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중국어로 대화가 시작된다.
중국에서도 코로나 이야기
중국 사람들도 코로나와 백신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한다. 오늘 나온 중국 사람들은 모두 시노팜, 시노백 백신을 맞았다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는 백신 부작용 뉴스에 사람들이 불안해한다고 설명하자, 은행 사람들은 중국에서 그런 뉴스를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한 사람은 중국에서 그런 방송이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런 방송이 나와서 전체 사회에 좋을게 뭐가 있냐며 정부를 옹호한다. 이런 논쟁에 휘말려 좋을 일이 없다. 우리는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중국에서도 주거비, 교육비 이야기
가장 나이 많은 중국 은행 사람이 중국 출산율이 너무 낮아 걱정이라는 말을 한다. 사실 한국 출산율이 2021년 0.86으로 전 세계 꼴찌다. 중국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데 결국 주거비, 교육비 부담이 원인이다. 이제는 세 명까지 나을 수 있는데 아무도 세 명을 낳으려 하지 않는다. 오늘 온 중국 사람 세 명 중 한 명은 공산당원인데 다른 두 사람이 너는 당원이니 모범적으로 세명을 낳아야 한다고 농담을 한다.
부동산 시장
养不起, 당원인 그 친구는 세명을 낳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다 대답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통제, 사교육 금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현 정부는 부동산 안정화에 실패했다고 설명한다. 중국 사람들은 중국 정부는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기 때문에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 믿는 단다. 대출 금지 이외 외지인 부동산 매수 금지, 다주택 보유자 강제 처분 명령, 부동산 가격을 정부가 정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모두 한국에서라면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냐며 헌법 소원 걸고 난리가 날 일이다. 중국에서는 당이 한다면 하는거다. 지금 안 하는 이유는 역효과가 우려되서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 폭락은 중국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중국 정부도 부동산 상승세 완화 내지는 현 수준 안정화 정도를 원한다.
교육
望子成龙,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성공하기를 원한다.
중국 정부는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자 작년 과외, 학원 등 ‘돈으로 성적을 사는’ 사교육 시장 폐쇄를 선언했다. 중국에서 명문 베이징 대학을 가기 위한 커트라인이 지역마다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장쑤 성은 95점, 후난성은 92점인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가오카오(대학입시시험)를 위해서 타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를 시험이민高考移民이라고 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자식 공부를 위한 부모의 희생에는 다른 점이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아홉 시가 되었다. 술은 꽤 마셨지만 식사는 생각보다 빨리 마쳤다. 한국과 중국은 체제도, 문화도, 언어도 다르지만 결국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 고민거리는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술 좀 깰겸 거리를 걷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