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火锅 Hot Pot
훠궈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샤부샤부라고도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샤부샤부(しゃぶしゃぶ)는 일본 음식이고 훠궈(火锅)는 중국 음식이다. 훠궈는 특유의 맵고, 얼큰한 탕에 고기와 야채를 대쳐 먹는 음식이다. 영어로는 Hot Pot이라고 하는데 원 뜻에 충실한 번역이다. 뜨거운 냄비 또는 솥이라는 뜻인데, 중국어로 몹시 뜨겁다를 훠라라(火辣辣)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여기 火Hot은 열 뜨겁다와 미각 맵다를 모두 의미하는 것 같다.
훠궈는 사천, 중경 지역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중경 사람들은 매운탕만 먹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매운탕, 안 매운탕 반반을 시킨다. 중국어로는 '반반'이라고 하지 않고 원양(鸳鸯 Yuan Yang)이라고 부른다. 금실 좋은 원양처럼 음과 양이 어우러진 태극 모양으로 홍탕红汤, 칭탕清汤을 모아놓은 탕이다. 1983년 중국 전국 제1회 요리 경연대회에 중경(重慶, 충칭)팀이 참가하여 이 음식을 만들고 이름을 원양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훠궈는 원래 부둣가에서 하층민들이 가축을 도축한 후 내장 등을 그냥 먹을 수 없으니 매운탕에 대쳐 먹던 음식이었는데 이후 인기를 끌게 되어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사천, 중경 지역에서는 화찌아오(花椒, 한국말로는 산초나무, 초피나무라고 한다는데 한국에서 본 적이 없다)가 많이 나 훠궈에 집어넣는데 독특한 얼얼한 맛으로 입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중국어로는 麻(마, 얼얼한 맛)라고 표현하는데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훠궈는 마라(麻辣, 얼얼한 매운맛)이라고 표현하고, 한국의 매운맛을 티엔라(甜辣, 달달한 매운맛)이라고 표현한다. 사천, 중경 사람들은 매운 고추와 화찌아오를 모든 음식에 넣기 때문에 한국 식 매운맛은 별거 아니라며 달다고 표현하는 셈이다.
한국 사람들이야 소고기, 양고기를 넣어서 먹지 사천, 중경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 오리의 내장을 주로 먹는다. 야창(鸭肠, 오리 창자), 마오두(毛肚, 천엽 - 소나 양의 위)가 중경에서 인기 많은 메뉴인데 처음 접하게 되면 끔찍하지만 먹어보면 맛있다. 순대, 곱창, 막창을 먹는 한국사람을 보는 외국인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비슷할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곱창의 쫄깃한 식감에 빠지 듯 사천, 중경 사람들은 야창의 부드러운 식감, 마오두의 쫄깃한 맛을 좋아한다. 야창, 마오두는 많이 익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훠궈에 넣어놓고 먹으면 안 되고 젓가락으로 흔들흔들해서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야창은 일곱 번(七上八下) 정도 담근 후 바로 먹고, 마오두는 15번 정도 담가 먹으면 좋단다.
매운맛의 끝판 왕을 보고 싶다면 원양이 아닌 홍탕을 시켜야 한다. 홍탕에도 레벨이 있다. 웨이 라(微辣, 약간 매운맛), 종라(中辣, 중간 매운맛), 터라(特辣, 특별히 매운맛) 순서이다. 가끔 웨이 라를 샹라香辣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말이 약간 매운맛이지 사천, 중경에 5년 이상 산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 사람은 무조건 웨이 라를 시켜야 한다. 홍탕만을 시킬 경우 아래와 같이 9개로 격자로 구분해 주는데 활용법이 무엇일지 궁금해 중국 친구에게 물어봤다. 내 것, 네 것 구분하기 위해서냐고 물어보자 그렇게 사용할 수도 있고, 야채와 고기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3분 전 넣은 곳'과 같이 익힌 정도를 기억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상 훠궈에 대한 소개이다. 원래 로봇 셰프, 서빙 종업원이 있는 하이디라오를 설명하려 했는데 훠궈만 설명해도 내용이 이 만큼이다. 훠궈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