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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Oct 24. 2020

[이슈] BTS 사태에 대한 소회

기자의 낚시질에 놀아나지 말자

결론이다.


애당초 우리가 그렇게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 아니다.




BTS 사태


 BTS 리더 RM이 10월 7일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한 ‘밴 플리트상’을 받으면서 온라인으로 수상 소감을 말했다.

 

“We will always remember the history of pain that our two nations shared together, and the sacrifices of countless men and women.”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며 한, 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기억하겠다는 내용이다.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는 한미 상호 간의 이해와 협력 증진을 목표하여 1957년 미국 한 장군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이다. BTS는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에서 상을 받았고 수상 소감으로 "양국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 상의 취지로 볼 때 수상 소감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한국과 중국의 뉴스 기사


 문제는 중국 일부 네티즌들이 "우리 중국인의 입장을 무시했다"는 내용의 글을 중국 SNS에 올렸고 그런 반응을 비판하는 한국 기사들이 포털 메인 뉴스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감에서 이슈가 되고 이와 관련하여 야당이 외교부를 비판하는 등 연예인 수상 소감이 정치, 외교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다음은 최근 열흘간의 BTS 관련 한국기사이다.


송혜교 '칭찬' BTS 비난 중국의 한국 기업 길들이기? (10.24)
중국 택배업체들 BTS 상품 한국 배송 제한 (10.21)
BTS 발언에 발끈한 중국, '자문화 중심사상' 끝내야 (10.19)
BTS가 중 '민족적 자부심'건드렸다 여 발언 논란(10.17)
BTS '한국전쟁' 발언 지지한 중 누리꾼, 계정 삭제에 사과문까지(10.15)
중언론 또 'BTS는 중국 팬 필요 없다'는 댓글에 생트집(10.14)
"BTS발언 공격한 중 누리꾼, '중국판 일베' 소분홍 세대"(10.14)
뿔난 중국인들, 길거리서 BTS 팬 무차별 폭행(10.13.)


 반면 BTS 발언에 대한 중국 언론의 반응은 한국만큼 '뜨겁지' 않다. 10월 13일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기사는 다음날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더 이슈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바이두에서 기사를 찾아봐도 "중국은 BTS 상품 운송 제한을 한 적이 없다" 정도의 내용만이 있을 뿐이다.


中方限制防弹少年团制品入关?驻韩大使馆:不属实 (10.22)


 재미있는 것은 BTS관련 환구시보 10월 14일 기사이다. 한국 네티즌의 댓글을 이용하여 "방탄소년단 말에는 문제가 없고, 우리는 중국 팬이 필요 없다"로(“防弹少年团说的没毛病,我们不需要中国粉丝”) 했지만 실제 내용은 방탄소년단 수상 소감이 정치 이슈화되고 있으나, 양국 외교부는 상호 우호증진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한국에서는 중국의 과격한 애국주의에 대한 비판 이슈가 일고 있다 정도의 내용이다. 마지막에 '한국 측 인사'의 말을 인용하며 한중 우호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한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인용하여 조선일보는 "BTS 논란 앞장선 환구시보 이번에도 '한국은 중국 팬 필요 없다'"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부제목은 "중국 중심적 보도로 몸집 키워, 과거 사드 논란 때 한국에 '김치 먹어 멍청해졌냐'"이다. "한국은 중국 팬이 필요 없다"는 한국 뉴스 기사에 달린 한국 사람의 댓글이고 이를 중국 기사가 인용하였다. 조선일보는 인용 기호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마치 환구시보가 "한국은 중국 팬이 필요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포장하였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뉴스 기사 제목이다. 환구시보 기사 원문과(“防弹少年团说的没毛病,我们不需要中国粉丝”) 이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를(BTS 논란 앞장선 환구시보 이번에도 “한국은 중국 팬 필요 없다”) 비교해보면 무엇이 사실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네이버 파파고 번역이면 대략 80%의 내용은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었던가?


 한국에서, 중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인터넷이 되는 모든 나라에는 극단적인 의견을 가지는 네티즌들이 있다. 국수주의적, 소위 '국뽕'을 자극하는 글, 근거 없이 공격적인 댓글, 연예인들이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 조롱성 댓글, 세월호 피해자들을 '물고기 밥'으로 표현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댓글들이 있다. 주류 언론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 글들이다.  


 현재 중국 바이두에 BTS 관련 최신 소식을 찾아보면 '수상 소감' 관련된 정치적 내용은 소수이다. 그것도 BTS를 비난하는 내용, BTS를 지지하는 중국인을 비난하는 내용, 중국인은 중국인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내용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외에 중국에서 BTS 관련 대부분의 글들은  BTS의 새로운 앨범과 뮤직비디오, BTS의 헤어 스타일과 같은 패션, BTS가 광고하는 제품 등 '연예인' BTS에 대한 내용들이다. 중국 뉴스 기사도 "한국이 과도히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 내용으로 한국 언론과 정치인을 비판하지 정작 BTS를 비판하는 기사는 없다. 중국은 이슈화를 피하고 있고, 한국은 도리어 정치 이슈화, 외교 문제화하고 있다.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팬들도 BTS를 사랑한다. 소수 이런 사실이 '불편'하여 BTS의 수상 소감을 문제 삼는 중국 네티즌도 있다. 우리가 굳이 그 소수의 네티즌을 찾아내서 정치, 외교 쟁점화할 필요가 있을까. '여론'에 민감한 삼성, 현대차가 BTS 광고를 내리고, BTS 소속사 빅히트 주가가 하락하니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애당초 우리가 관심을 이만큼 가질만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어떤 프레임으로 중국을 볼 것인가


 이런 기사가 인터넷 포털 메인에 뜨는 데에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이슈로 먹고사는 기자와 '그럼 그렇지, 중국 수준이 그 정도지' 심리를 가지고 있는 구독자들이다. 새로운 내용을 찾아내고 이슈화하는 일은 기자의 본업이다. 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조선일보의 기사와 같이 시선을 끌기 위해 오해를 조장하고, 불필요한 대립을 일으키는 기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사를 쓰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마찰이 커질수록 더 많은 시민의 지지를 얻어 자신의 존재의 가치가 더욱 커지게 되는 보수 언론의 입장이 있다. 언론인의 '낚시질'은 자유지만, 우리를 그 '낚시질'을 피할 권리가 있다.  


 이런 낚시질이 아직도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그럼 그렇지 중국 것들은 수준이 낮아’ 프레임이 아직도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중국을 낮게 보는 시선, 사드 문제로 우리를 압박했던 중국에 대한 미움, 새로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위기감 등이 섞인 복잡한 심경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수준 낮은 중국인' 프레임이 미중이 신냉전 시대로 진입하는 지금 바람직한 시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직도 '수준 낮은 중국인'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는 기사들을 보면 17세기 명청 교체 시기 국제정세에 대한 면밀한 검토보다는 명분론에 입각하여 청나라를 오랑캐로 여기던 양반 사대부들이 생각난다. 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청나라를 인정하고 그들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자 하는 움직임이 조선 반도에서 나타난 것은 명나라가 망한 뒤 백 년이 지난 후 북학파가 나올 때였다. 오해하지 말라. 중국이 뜨니 미국을 버리고 중국을 쫒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자유, 민주, 인권의 가치를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사실에 근거하여 현재를 바라보자는 말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프레임은 '수준 낮은 중국인'이 아닌 '제조대국에서 첨단산업을 리드하여 선진국가로 부상하려 하고 있는 중국',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여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는 중국'이다. 그래야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이 시대 한국의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일본을 보는 프레임도 마찬가지이다. '일제시대의 일본인의 악랄함'의 시각만으로 역사를 본다면 일본에 대한 반감, 적개심만 키울 뿐이다. 일제의 만행에 대해서는 냉정한 비판이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성공적인 전환을 만들어낸 일본, 반면 근대화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한 조건'이라는 프레임으로 근대사를 바라보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글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금번 BTS 사태, 우리 신경 쓰지 말자.



관련 글

 : No China가 아닌 Know China

 : 우리 모두 지중파가 되어야 한다

 : 미중 적대적 공존 관계


참조 링크

 : BTS Honored Korean War Sacrifices. Some in China Detected an Insult.

 : 코리아 소사이어티

 : “防弹少年团说的没毛病,我们不需要中国粉丝”

 : BTS 논란 앞장선 환구시보 이번에도 “한국은 중국 팬 필요 없다”

 : 'BTS 6·25 발언 분노' 논란되자, 기사 슬쩍 삭제한 中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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