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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Jun 26. 2020

지중파가 되어야 한다

친중파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국을 중국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형은 동생에게 독립을 가르치고, 교사는 학생에게 독립을 권장하여, 모든 국민이 독립하여 자신의 자유와 학문에 힘쓰고 조국을 지켜야 한다"


후쿠자와 유기치


 한국의 독립 운동가가 한말인 듯 싶지만 사실 일본 근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외친 후쿠자와 유키치가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한 말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1만 엔 지폐에 나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1만 엔이면 대략 우리나라 돈 10만 원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가장 비싼 지폐에 출연하는 인물이니 일본 사람들이 후쿠자와 유키치를 얼마나 존경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할 뻔 한 일본을 구하고 또 다른 제국주의 국가로까지 성장시킨 메이지 혁명의 정신적 리더이니 일본인들이 좋아할 만도 하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젊은 시절 한국의 개화파를 지지하기도 하지만 이후 일본이 제국주의로 발전함에 따라 일본의 조선 병탄, 중국 침략을 미화하여 한국인, 중국인의 공분을 산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적 인물에 대한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시대를 이끈lead 리더leader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침략하고 착취하는 일본 제국주의자의 모습만 강렬히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하는 바는 그런 일본도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에, 식민지로 전락 위험에 두려워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정확한 국제 정세에 대한 판단, 일본 국민이 가져야 하는 정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장기적 비전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후쿠자와 유키치이다. 서양 제국주의 앞에 식민지로 전락할기 직전의 일본 국민들에게 정확한 현실 인식, 명확한 비전 제시를 한 인물이다.

 


우리는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가?


 조선에서도 개화파가 있으나 이들은 권력의 선택도 대중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흥선 대원군의 시대를 거스르는 쇄국정책으로 조선은 반전의 기회를 만드는데 실패하고 이후 식민지로 전락한다.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역사다. 이를 위해서 침략자 일본을 욕만 하기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전 NHK 다큐멘터리가 기억 난다. 일본은 왜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패했는가를 심층 분석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다큐멘터리 내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전쟁 패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다음번에 붙게 된다면 꼭 이기리라'는 일본인들의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가 왜 실패했고, 식민지가 되었나에 대해 냉철히 분석해 본 적이 있는가. 억울함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세상의 동정을 살 수는 있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반복된다. 지금 전세계 정치, 경제, 외교, 군사 지형을 바꾸는 주체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G2를 넘어 새로운 패권 국가로 발돋움 하려고 하려 있다. 시진핑은 이전 '도광양회'라는 선배의 가르침을 떠나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국의 American Dream이 미국의 선진 체제 내 개인의 성공과 부의 축적에 대한 꿈이라면, 중국몽中国梦은 '중화민족'(한족과 소수민족을 포괄하는 중국인 전체), 곧 국가의 굴기를 의미한다. 미국도, 중국도 빠르면 2030년 늦어도 2035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GDP를 추월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 미국 인구는 3.3억 명 대략 4배 이상이니 중국인 1명이 미국인 1명 소득의 4분의 1만 되어도 국가로서의 중국은 미국을 초월한다. 미국 아빠 일 년 연봉이 1억 5천만 원일 때 중국 아빠 연봉이 5천만 원만 되면 중국은 국가로서 미국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GDP와 GNP는 다르지만 여기서는 구분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날. 그 날은 온다. 생각보다 빨리 온다. 어제 같은 십년전 그 일이 생각나는가?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날은 십 년 후면 올 수 있다. 우리는 그때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 중국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은 올바른 인식에서 나오기 대문이다. 



중국에 대한 오해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중국을 무시하고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 백 년 전 척화비를 세우고 서양 오랑캐를 욕하는 흥선 대원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중국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다음과 같다.  


1. 중국은 저가 제품만 만드는 싸구려 국가이다. 


우리가 온라인 마켓에서 싼 제품을 선택하다 보니 싸구려 중국 제품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항공 우주 산업, 미사일 기술, 화웨이가 대표하는 5G 기술, 띠띠로 선도하는 공유경제, 위쳇으로 대표되는 핀테크 기술은 전 세계 1등급이다. 중국 공산당은 첨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히 규제를 풀었다. 어렵게 많든 한국식 공유차 기업 타다가 결국 이해집단의 견제 속에 불법화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판매, 사용국이다. 일론 머스트의 테슬라도 결국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태양광, AI, 심지어 문화 산업까지 유망한 미래 산업에 많은 중국 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경쟁자가 따라 하기 어려운 거대한 자본과 인력을 무기로 이런 첨단 분야를 선점하고 있다. 지금은 투자 후 성과들이 하나 둘 보이고 있는 단계이다. 앞으로 중국의 투자는 더 확대되고 성과는 더 가시적일 것이다. 이런 중국의 참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2. 중국은 언젠가는 망한다. 


중국은 그리 쉽게 망하지 않는다. 이는 서방 언론의 희망사항일 뿐 전혀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다. 한국의 보수언론은 김정일이 빨리 사망하면 아직 권력을 잡지 못한 김정은이 이미 기득권을 구축한 장성택에게 권력 찬탈 당할 것이란 기사를 썼다. 역사는 그 반대로 일어났다. 북한의 1인 권력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보다 더 공고하다. 우리는 나의 희망사항과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말만 듣는, 그런 확증 편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 붕괴, 민족 분열 등의 이유로 붕괴할 일은 적어도 향후 20년간은 없다. 이전 신문들은 중국이 일인당 소득이 8천 불이 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기사가 써댔다. 이제 중국 1인당 GDP가 1만 불에 육박했는데 그 위기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가? 우리는 자유과 인권이 없는 중국 사회를 비판하지만 정작 중국 인민들은 정부를 지지한다. '이렇게 큰 나라가 관리되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 식이다. 우리 관점이 아닌 그들의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중국이은 '아편전쟁 이후 100년 이상 노예의 삶을 산 중국인을 중국 공산당이 세계 넘버 2로 올려놓았다'로 생각하고 '중화민족 전체의 굴기를 위해서 나의 자유와 권리 일부분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라는 겸허한 생각하고 있다. 유럽에서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중국에서는 선거로 대표를 뽑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라는 의견에 대해 85% 이상의 학생들이 강한 찬성, 찬성 의견을 보였다. 전체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를 위해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어려운 선택을 우리에게 강요할 것이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모순적인 구조에서 대한민국이 가지게 되는 본질적인, 피할 수 없는 딜레마이다. 이 딜레마는 앞으로 수 십 년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정치가 분열되고 여론이 분열될 것이다. 어느 쪽에 서든 우리는 중국을 알아야 한다. 사실에 근거하여 알아야 한다. 냉정히 사실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냉철한 분석 없이 중국을 아직도 한 수 아래 개발도상국 정도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중국에 관련된 기사를 서양 언론 기사를 번역해서 받아 보는 수준으로 우리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코로나 19의 피해자 리원량李文亮liwenliang 이름이 리 웬리앙으로 나오는 기사를 보고 혀를 끌끌 찬 기억이 난다. 우리는 언제까지 중국인 이름을 한국 발음도 아닌, 그렇다고 중국 발음도 아닌, 영어 발음으로 쓰는 기사를 읽어야 하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국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바라보는 능력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친중이든, 반중이든, 용중(用中)이든, 누구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가 지중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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