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중국 정치의 특징이 하나 있다. 신임 지도자는 절대 선배 지도자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비판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선배 지도자의 사상을 철저히 계승한다. 이러한 전통은 위대한 지도자 덩샤오핑이 만들었다. 스탈린을 이은 후르시초프는 스탈린 격하 운동을 벌여 소련 제국을 분열시켰지만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에 두 번이나 실각하고 하방을 당했어도 한번도 마오쩌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었다. 개인적인 원한보다 가까스로 개업한 신중국의 안정을 위해서였다. 도리어 '마오의 공은 칠이요, 과는 삼이다'라는 말로 다른 이의 비판까지도 선제적으로 정리해버렸다. 지금까지의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중국공산당 규약 총강령을 보면 각 최고지도자의 주요 사상과 공헌이 나온다. 마오쩌둥은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투쟁, 국민당과의 결전을 통해 '인민을 해방'시키고 신중국을 건국했다. 덩샤오핑은 과도한 정치 운동, 실패한 경제 정책으로 파탄난 국가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1978년 개혁, 개방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 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장쩌민의 삼개대표론
장쩌민은 삼개대표론이란 다소 충격적인 정책을 내건다. 내용을 보면 중국공산당은 1) 선진사회 생산력의 발전 요구를 대표하고, 2) 선진문화 전진 방향을 대표하며, 3)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아리송한 말에 숨어있는 진의를 잘 발견해야 한다. 엄청난 내용은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이라는 표현에 숨어 있다. 중국공산당기와 같이 중국공산당은 본래 무자산계급을 대표한다. 백번 양보하여 오성홍기에 나와 있는 다른 세력들 즉 소자산 계급, 민족 자산 계급까지 포용한다고 하여도 철천지 원수, 공산당 존재의 이유인 자본가를 포용해야 한다는 표현은 그간 단 한 번도 없었다.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표현은 이제 공산당은 자본가의 이익도 대변한다는 뜻이다. 어, 무자산계급을 대표하는 공산당이 전체 계급의 대표로 변했네. 이를 두고 성균관중국연구소는 중국공산당의 혁명당에서 집정당으로의 탈바꿈이라고 표현했다.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
후진타오는 과학발전관이라는 시대정신을 들고 나왔다. 경제성장만을 추구하지 않고 분배는 물론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정부와 많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지속가능 발전, 사회책임 경영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잠깐 이상하다. 그런데 왜 과학발전관이라고 부르지? 과학과 지속가능 발전은 별 상관없지 않은가? 여기서 중국어 같은 말, 다른 뜻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어에서 과학은 Science뿐만이 아니라 합리적, 체계적이라는 뜻이 가진다. 중국어로 '그 생각 참 과학적'이네 하면 참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뜻이고, '비과학적이네'라고 말한다면 일리가 없고 말이 안 된다는 뜻이다. 후진타오는 경제적인 발전만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와 환경을 두루두루 살펴가며 발전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라고 생각했다.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마지막으로 지금의 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시진핑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사상을 들고 나왔다. 도대체 왜 신시대이고, 무엇이 신시대인지 정확한 정의를 찾기 어렵다. 중국 국무원의 지원을 받는 신화통신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 강의 자료를 찾아보았다. 여기서도 이 사상이 무엇을 의미한다라고 명확히 정의하기보다는 우리는 어떠한 환경에 처해 있고,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 등등 주변적인 얘기로 전체를 이해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정확한 정의로부터 출발하여 연역적, 논리적 추론 과정을 중요시하는 서양식 접근 방법과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위의 설명자료의 '신시대 새로운 분투 목표'를 보자면 '위대한 도약',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그리고는 구체적인 목표로 2020년까지의 모두가 풍족한 '샤오캉'사회를 만들고,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며, 이번 세기 내에 '부강 민주 문명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제시하고 있다. 무슨 말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이 한 단어만 기억하자. 우리는 벌써 G2까지 올라왔으니 앞으로는 G1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 세계 제1의 강국이 되는 위대한 도약을 하겠다. 아편전쟁 이후 근 200년 간의 치욕의 역사를 딛고 드디어 중화민족이 위대한 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그 시작점을 우리 시진핑 주석이 열고 있다 정도의 느낌이다. 이것이 새로운 '사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아하지만 그것이 지금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임을 일단 이해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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