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tanrd, 오너 경영
1. 삼성 (자산 425조 원)
2. 현대자동차 (235조 원)
3. SK (226조 원)
4. LG (137조 원)
5. 롯데 (115조 원)
6. 포스코 (78조 원)
7. 한화 (66조 원)
8. GS (63조 원)
9. 현대중공업 55조 원)
10. 농협 (61조 원)
2020년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대기업 리스트이다. 자산 가치로 1등부터 10등 기업들이다. 이를 보면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고는 8개 기업이 모두 오너(총수)가 있는 회사이다. 오너Owner는 소유자를 의미한다. 오너 경영은 회사를 소유한 사람이 경영을 한다는 뜻이다. 기업에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많이 강조하는데 오너 경영은 별도로 '주인의식'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진짜 ‘주인’이 경영하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소유과 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인 도입이 보편화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경영인 도리어 드물다. 대한민국의 경영 스탠더드는 오너 경영이다.
오너 있는 회사, 중국
국가 정치에도 ‘오너’가 있을까? 적어도 중국에는 오너가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대한민국은 직접 선거로 임기 5년, 그것도 단임인 ‘전문경영인’ 대통령을 뽑는다. 전문경영인은 삼권분립이라는 견제 장치에 둘러싸여 있다. 입법부, 사법부의 견제로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적이다. 반면 중국 공산당이라는 강력한 오너는 입법, 사법, 행정, 군사, 외교를 주도하며 언론, 사회, 문화 심지어 봉사단체와 종교단체에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기율검사위원회라는 자체 감시 기관이 있지만 누구를 조사할 것인가를 ‘당’이 판단한다. 견제 없는 독점 권력이다.
오너는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하기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볼 것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경영철학을 뚝심 있게 관철시킬 수 있다. 반면 전문경영인 임기가 제한되어 있어 주주, 근로자, 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면서 경영에 임할 수뿐이 없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결점도 있다. 직원들도 '어차피 시간 지나면 또 바뀔 텐데' 생각하며 충분한 충성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합의에 기반한 ‘민주적’ 경영 체제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재벌의 오너 경영의 장단점은 곧 중국 정치 제도의 장단점이다.
오너 경영의 장점
오너 경영은 신속하고 과감한 판단,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사결정,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는 장점을 가진다.
장점 1 : 신속하고 과감한 판단
민주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 중시하지만 오너 있는 회사에서는 오너의 결정이 절대적이다. 한국에서 택지 개발, 지하철, 고속도로 등 건설 공사가 있을 때마다 분쟁과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 여러 이익집단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전체를 최적화하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가 도리어 어렵다. ‘결사반대’ 구호가 난무한다. 지하철 역을 나의 집 앞에 놓게 해 달라며 아니면 ‘죽음을 불사’하겠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당’이 결정하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관공서, 경찰, 언론이 모두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니 방해가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띠띠추싱과 같은 공유경제 모델은 입법이 안된 상태에서 공산당이 간접적으로 ‘운영을 허용’하여 수년간의 운영 결과 장단점을 분석한 후 마침내 법적인 허용을 해준 사례이다. 법에 대한 해석도 ‘당’이 하기 때문이다.
장점 2 :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
설탕과 조미료 만들던 기업 ‘삼성’이 현재와 같은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이병철 회장 1969년 전자산업 진출 선언, 1974년 반도체 제조 도전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삼성의 반도체 개발 투자 결정은 많은 이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이를 뚝심 있게 추진했고 삼성전자는 결국 일본, 미국 기업을 추월하여 세계 최고, 최대의 반도체 회사가 되었다. 앞으로 AI, Big Data, IoT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46년 전 한 번의 과감한 결정이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 적어도 수십 년 삼성그룹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원가, 효율성에 의심을 가졌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는 친환경 차로의 과감한 전환을 선택했다. 정부가 결정하니 기업도 따라갈 수뿐이 없다. 이제는 전기차가 아니면 신규 생산라인 증설도 어렵다. 광둥성 선전 시에 있는 1만 2천여 대 택시는 모두 전기차로 전환되었다. 테슬라도 신규 공장을 상하이시에 지었다. 원가도 점차 낮아져 2022년까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할 예정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국가이자, 소비 국가이다. 2019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97.5만대로 세계 최대이다. 2위인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역사가 100년도 넘는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서방 선진국과 경쟁하기보다는 다음 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후방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서 이런 승부수를 띄우는 중국 정부의 결단이 놀랍다.
장점 3 : 일관성 있는 정책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될 때 중국 사람의 일반적인 반응은 ‘그 정도 일로 국가 원수를 바꾸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큰 것 아니냐’였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에게 두 번이나 하방 당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결코 마오쩌둥을 비판하지 않았다. 천안문에 걸려 있는 마오의 사진을 바꾸지도 않았다. 스탈린이 죽자마자 그를 비판한 소련은 결국 정치적 혼란이 거듭되다 1991년 연방 붕괴까지 이어지게 된다. 덩샤오핑은 마오는 곧 신중국이라 생각하고 그를 비판하는 것은 결국 신중국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 여겼다.
중국 공산당의 역대 지도자들은 ‘선배 존중의 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마치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재벌 2세, 3세와 같다. 1978년 시작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쩌민의 삼개대표론,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조화로운 발전 = 지속가능 발전)은 아직도 중국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말한 전기차 육성 정책은 지도자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은 2009년 발전 비중 24%였던 원전을 2030년 32% 이상까지 확대하고자 했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 정책이 이렇게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부동산 정책, 교육 정책, 노동 정책도 정권에 따라 180도 바뀐다.
오너 경영의 단점
단점은 무엇일까? 오너 경영의 최대 단점은 잘못된 후계자 리스크이다. 그리고 절대 권력의 절대 부패 속성도 피할 수 없는 결점이다.
단점 1 : 잘못된 후계자 리스크
사실 국가 체제로서 오너 경영에 가장 가까운 것은 왕조일 것이다. 대대로 권력을 세습하고 절대적인 파워를 가진다. 이런 왕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능한 지도자 리스크이다. 절대 권력을 세종대왕이 가지면 나라가 문명 선진국이 되고, 동일한 권력을 연산군이 가지면 나라가 파탄 난다. 임진왜란과 같이 국가적인 재난 시기 선조와 같이 무능한 자가 지도자라면 국가는 망한다. (그래도 조선은 운이 있었는지 류성룡과 같이 유능한 신하가 있어 나라가 망하지 않았다. 선조가 중국으로 피난 가려는 것을 막은 것도 류성룡이고,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천거한 것도 류성룡이다)
오너 경영의 최대 단점은 지도자 한번 잘못 뽑으면 그가 나라를 철저히 말아먹는다는 사실이다. 로마가 천 년을 갈 수 있었던 것은 황제가 있더라도 황제가 세습되지 않고 유능한 정치인, 군인을 황제로 뽑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공산주의가 ‘왕조’로 변한 사례이다. 2세, 3세가 될수록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권력 사유화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는 속담도 유사한 사례를 많이 봐온 우리 선조들이 만들었을 테다. 북한의 기쁨조는 공산주의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 불가능하다.
최근 푸틴의 내연녀가 한 미디어 회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연봉으로 114억 원을 받았다는 뉴스 기사가 났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렇게 서서히 일어난다. 견제장치 없는 권력은 폭주한다. 민주주의 체제는 가장 유능한 지도자를 뽑는 체제가 아니라 가장 나쁜 지도자를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중국은 ‘나쁜 지도자’가 출현했을 때 이를 견제하고, 필요하다면 교체할 수 있을 것인가.
단점 2 : 권력 남용, 부정부패 문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권력을 어렵게 얻은 자는 감히 남용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 권력이 어떻게 다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물려받은 자식’은 권력을 당연시 여기고, 남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권력 남용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말한 기쁨조, 내연녀의 고액 연봉 모두 권력 남용의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 공산당이 부정부채 문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의문이다. 한국과 같이 언론과 시민이 눈에 불을 켜고 비리, 비위를 잡아내도 권력남용 사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데, 언론이 철저히 정부의 통제를 받는 중국에서 보이지 않는 부정부패가 얼마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唱红打黑(공산주의 노래를 부르며, 사회악을 때려잡는다)을 외치며 충칭 지역 흑사회 등 조직 폭력배와 부정부패 관료를 때려잡았던 보시라이도 결국 실각하자 부정부패 활동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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