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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Sep 29. 2020

중국 공산당의 영도 메커니즘

'중첩 리더십' 모델, 당 조직은 어디에나 있다

领导 영도


 중국 회사에서 가장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이다. 중국어 영도领导는 두 가지 뜻을 가진다. 하나는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 즉 리더이다. 예를 들어 “총경리의 영도 하에 전 직원이 단결하여”라고 한다면 여기서 영도는 리더십을 뜻하고,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없고 제 ‘영도’가 결정할 사항인데요”라고 말한다면 바로 리더(주로는 회사의 경영층)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


 중국에서 영도 중의 영도가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에 있는 모든 단체, 궁극적으로 전 사회는 당의 영도를 따라야 한다. '당의 영도'는 '중국 공산당의 전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한 강력한 지도력 내지는 영향력'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당의 영도에 대해 중국 공산당 당헌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中国共产党的领导是中国特色社会主义最本质的特征,是中国特色社会主义制度的最大优势。党政军民学,东西南北中,党是领导一切的。
중국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가장 큰 우세이다. 당은 당정군민학(党政军民学)을 망라한 모든 부문과 분야의 사업을 영도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의 공산당의 영도이다. (관련 글 : 중국 특색 사회주의) 그것이 중국이 다른 나라에 더 큰 '우세'를 발휘하는 힘이라는 설명이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그들의 머릿속을 이해해보자. 당위성, 정당성을 따지기보다는 실제 중국에 ‘실재’하는 강력한 당의 통제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한다. '당정군민학'을 영도한다는 말이 단지 선언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정부, 군, 학계를 넘어 각종 경제단체, 종교, 체육, 예술, 심지어 다른 나라라면 NGO(Non ‘Government’ Organization)들이 주도하는 기부, 봉사 단체에까지 강한 통제력을 행사한다.



당 지도력 발휘 수단, '중첩 리더십 모델'


 그렇다면 중국에서 당은 어떻게 이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을 먼저 설명하자면 당이 모든 주요 사회 조직에 ‘당 조직’을 중첩적으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당정군민학 중 당과 정부 및 군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관련 글 : 중국의 정치 체제) 당의 서열 1위 즉 총서기인 시진핑은 무력, 즉 군을 장악하고, 서열 2위 리커창은 국무원(행정부)의 수장이 된다. 서열 3위 리잔수는 입법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전국인민대표회의의 상무위원장이다. 당의 최상위 영도 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이런 식으로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한다. 상무위원 프로필을 봐도 당 지위와 국가 지위로 구분하는 ‘중첩 리더십 구조’를 볼 수 있다. (관련 글 :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이런 ‘중첩 리더십’ 구조를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모든 기관에는 기관 조직과 더불어 당의 조직이 중첩적으로 있고 일반적으로 당 조직의 이인자인 부서기가 그 기관의 장이 된다. 당 조직의 일인자인 당 서기가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상하이시 시장은 시의 대표이지만 상하이시 당 조직의 부서기로 당 조직 서기의 지도를 받는다. 당 조직의 서기는 중앙정치국 등 중앙의 정치인을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시와 관련된 실무적인 결정은 시장이 내리겠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당 서기의 몫이다. 시장이 당의 노선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도 당 서기의 책임이다. 군대로 치자면 당 서기는 중앙에서 내려온 장교, 시장은 그 조직에서 커온 부사관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두각을 나타내는 기관장은 당 서기로 승진하고 중앙 정치계에 진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출세'를 위해서는 당에 가입하여야 한다는 통념이 있고 중국 공산당도 적극적을 젊은 엘리트들을 당에 영입하고자 힘쓴다.  


<당의 '중첩 리더십' 모델>



당 조직의 두 가지 형태 : 당조와 당위


 당정군민학 중 당, 정, 군에 대해서는 설명한 바 있으니(관련 글 : 중국 정체 제제) 이번에는 민간 분야와 학계를 보도록 하겠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당 조직’의 종류가 둘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하나는 ‘당조党组’이고 나머지 하나는 ‘당위党委’이다. 당조는 약칭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한 단어이다. 반면 당위는 ‘당 위원회’의 줄임말이다. 당조는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같은 국가기관, 군과 무장경찰 같은 무력 조직, 국영기업과 같은 경제단체 등에 존재하고 상위기관의 지시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하향식 조직이다. 반면 당위는 당조가 없는 조직에서 당원이 3명 이상이라면 스스로 구성해야 하는 당의 지부로 조직 내 사회 봉사 활동과 같은 '모범' 활동을 벌이고 이를 동급 당위원회와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당위는 당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당 관리조직의 ‘느슨한’ 관리를 받는다. 당의 강력한 영도를 받는 당조 건설 대상 단체는 아래와 같다.


党组是党在中央和地方国家机关、人民团体、经济组织、文化组织和其他非党组织的领导机关中设立的领导机构,在本单位发挥领导作用,是党对非党组织实施领导的重要组织形式
당조는 당의 중앙 또는 지방국가기관, 인민단체, 경제조직, 문화조직과 기타 비당조직의 영도 기관에 건설하는 영도 기구이다. 당조는 영도 작용을 발휘하고 당의 비당조직에 대해 영도를 실시하는 중요 조직 형식이다.
<중국공산당당조공작조례>


 당조와 당위를 간단히 비교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당조와 당위의 비교>


국영기업의 사례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의 ‘당 조직’은 좋은 비교가 된다. 우리나라 한전에 해당하는 중국의 국가전망회사国家电网公司 홈페이지에는 ‘영도자’로서 다음 두 사람을 설명하고 있다. 보통 총경리를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라고 생각하지만 국영기업에서 총경리는 이인자일 뿐이다. 오른쪽의 총경리는 이사회 멤버이자, 총경리이지만, 당조의 부서기이다. 반면 실질적 일인자인 왼쪽의 당조 서기는 동사장(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한다. 평상시의 경영 업무는 총경리가 하지만 이사회에 올릴 만한 중요한 사안은 당조 서기가 판단한다. 이사회 부의 안건 규정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회사의 해산/합병/분할, 영업양수도, 배당의 결정 등이 포함된다. 당 서기인 마오웨이밍毛伟明은 장시성 당 위원회 상무위원, 장시성 인민정부 당조 부서기, 부성장을 역임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전망회사의 동사장(당 서기)과 총경리(당 부서기)>


 특이한 점은 서양에서는 전문경영인의 도입으로 직접 경영이 어려워진 주주가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만든 이사회 모델이 중국에서는 당의 개입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니 국가가 동사장을 파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중국에서는 국가보다 앞서는 당이 이 권리를 행사한다.

<국영기업의 당조직>



민영기업의 사례


 반면 민영기업인 알리바바의 경영층에는 당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 창시자(설립자, Founder)이자 이사회 멤버로 이름이 적혀 있는 마윈은 개인적으로 당원이지만(대학교 2학년 때 당에 가입했다고 한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당원 여부에 대한 정보는 없다. 명시적인 당 조직도 안 보인다. 알리바바에는 당 위원회가 있고 당조는 없기 때문이다. 동사장인 장용张勇은 공산당원이 아니다. 집행부 주석(부회장 정도)으로 쓰여 있는 차이충신蔡崇信은 타이완 출생의 캐나다 국적인으로 당연히 당원이 아니다. 회사 경영층과 당은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관계가 없다. 당은 이런 민간기업을 ‘생산력 발전을 위해 임시적으로 허용’해주었기 때문이다.(관련 글 :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선부론) 민간기업이 당의 지도력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당은 언제나 경계하고 있다. 당은 한 손에는 당근, 나머지 한 손에는 채찍을 쥐고 있다. 당 중앙과 국무원은 2018년 12월 마윈에게 ‘개혁 선봉’ 칭호를 주었다. 당의 노선에서 벗어나는 기업인에 대한 채찍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이 갑자기 세무조사를 받으면 정부에게 미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진다. 중국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알리바바의 경영진>


 알리바바에는 경영진이 참여하는 당조가 없지만 직원 중심의 당 위원회가 있다. 당 위원회는 항상 당이 강조하는 바대로 회사에서 ‘모범’이 되고 열심히 ‘봉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알리바바 당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기사를 보면 당위가 평소 하는 활동을 알 수 있다. '모범' 직원의 강연회, 내부 토론회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평소 각 분야에서 '우수함'과 '선진성'을 드러내어 알리바바에서 전체 직원의 20%에 불과한 우수 직원 중 당원이 60% 임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민간기업에서 당위는 일반적으로 정치성을 가지기보다는 '사회 모범, 봉사 활동'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다.   


公司党委以“吴菊萍作宣讲”和开展各类业务能力培训等形式,引领青年党员立足岗位争优秀、服务群众做表率、热心公益当先锋;每年以召开“圆桌会议”的形式,组织党员建言献策,促进企业民主管理,提高组织的凝聚力;号召党员主动帮助其他员工提高业务能力,积极参与跨团队、跨部门工作,主动与同事分享自己的经验和心得;鼓励党员更多地参与社会公益事业,展现先进性,以实际行动影响身边人。党员的先进模范带头作用在平时的工作生活中得到充分体现,“最美妈妈”吴菊萍、“全国道德模范”毛陈冰都是阿里巴巴党员中的先进代表。在每年全公司占比20%的“优秀”员工考核等次中,党员占到60%以上。
회사 당위는 "오국평(2011년 항저우에서 여자 아이 두 명을 살려내고 자신의 팔 뼈가 으스러지는 부상을 당한 의인, 당원) 강연"과 각종 업무 능력 교육 등의 방법으로 청년 당원이 각자의 직책에서 우수함을 보일 수 있도록 이끌고, 군중을 위해 봉사하며, 모범을 보이고, 공익 활동을 열심히 한다. 매년 "원탁회의"를 개최하여 당원 간 토론을 조직하고, 기업의 민주적 관리를 촉진하고, 조직의 응집력을 높이고, 당원 스스로 다른 직원들을 도와 업무 능력을 높이고, 팀과 부서를 뛰어넘어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적극적으로 회사 동료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당원의 선진적이고 모범적인 리더십이 평소 업무 중에 충분히 반영되어 '가장 아름다운 엄마' 오국평, '전국 도덕 모범' 모진빙(2011년 9월 제3회 전국 도덕 모범 선정회에서 모범 칭호를 득함)은 모두 알리바바 당원이다. 매년 전체 사업장의 20%를 차지하는 우수 직원 심사에서도 당원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대학 조직의 사례


 마지막으로 학계, 그중에서도 대학 사례이다. 시진핑의 모교인 칭화대학교 사례를 보면 당조가 아닌 당위 조직이 있다. 대학 홈페이지를 보면 당연히 당위 사무실이 교장 사무실보다 위쪽에 표시되어 있다. 추용邱勇 교장은 학교의 장이지만 제일 높은 결정권자는 아니다. 그는 대학 당 위원회의 부서기일 뿐이다. 당위의 서기는 천쉬陈旭이다. 당 서기 천쉬는 현재 19대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이 정도면 역시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부서기이자 교장인 추용은 칭화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친 후 칭화대 내에서 원장 등 경력만 가졌을 뿐 아직 다른 정치 이력이 없다. 대학도 국영기업과 마찬가지로 학교 내 일상적인 관리 업무는 교장이, 보다 중대한 결정은 당 서기가 최종 결재권을 가진다.

<칭화대학교 조직 구조>
<대학의 '중첩 리더십' 모델>


통제(개입) 수준은 당 중앙이 결정


 정리하자면 정부와 군, 국영기업에는 당조가 있고 민영기업과 학교에는 당위가 있다. 당조는 보통 당이 강력한 영도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대상에 파견하는 조직이고, 당위는 그 외 사회단체에 적용되는 당 조직 건설 방식이다. 당위에도 차이가 있으며 민영기업의 당위의 경우 일반 직원 중심의 직장 모범활동, 봉사활동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대학의 경우 교장이 당위 부서기로 당 서기의 지도를 받는 등 당이 민영기업보다는 강한 통제력을 가진다. 어떤 사회단체에 당이 어느 수준의 통제력을 가져갈지는 당 중앙이 철저히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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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당조와 당위의 차이 

 : 국가전망유한회사 경영진

 : 알리바바 그룹 경영진

 : 알리바바 당위 활동 관련 기사

 : 칭화대학교 조직 구조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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