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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Nov 29. 2020

중국 붕괴론(1/2) : 정치적 설명

중국 붕괴론


 중국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이른바 중국 붕괴론이다. 중국 붕괴론이 나온 지 이미 수십 년이 지났지만 중국은 건재하다. 건재할 뿐만이 아니라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 붕괴론의 허와 실은 무엇인가.


 중국 붕괴론에는 크게 정치적인 설명(민주화론)과 경제적 설명(중진국 함정)이 있다. 정치적인 설명은 국민의 소득 증가에 따라 시민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고, 권위주의적인 권력 체제는 무너질 수뿐이 없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민주화 필연론이다. (관련 글 : 중국 붕괴론(2/2) : 경제적 설명)


민주화 필연론


 경제 발전이 되면 시민의 권리 의식이 고취된다. 시민들은 자유, 민주, 인권에 대해 더 많이 요구하게 되고 구체제(왕정 등)는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정치 시스템은 민주화될 수뿐이 없다. 프랑스와 같은 폭력적인 방식(프랑스 대혁명)이 될 수도 있고 영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방식(명예혁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발전으로 사회가 민주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것이 전형적인 서구 학자, 사상가, 언론인들의 시각이었다. 


 서유럽의 국가들은 그런 방식으로 민주화되었다. 미국도 독립 전쟁을 통해 자유를 얻은 후 몽테스키외와 같은 프랑스 사상가의 사상에 기초하여 미국식 민주 정치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 개발 독재 시대를 거친 후 갈수록 커지는 시민의 민주화 요구에 독재 정권이 독재 권력을 포기하여 민주화된 사례이다. 소련의 해체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소련 공산당의 압제와 정보, 언론 통제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의 저항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이 있기에 서구 언론,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 언론들은 중국도 ‘먹고살만해지면 민주화 요구가 강해져 이를 중국 공산당 정권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였다. 클린턴도 중국이 시장 경제체제를 받아들이면 자유세계에 편입될 수 있으리라 예측하여 중국의 WTO 가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이 (적어도 근시일 내에)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왜일까.


중국 사람들은 왜 민주화 요구를 하지 않는가?


 중국은 항상 '중국은 중국의 특수성에 기반한 중국만의 발전 모델을 추구한다'라고 말한다. 이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수한 체제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고 명명하였다. (관련 글 :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국의 국민들은 왜 서구 언론이 말하는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고 민주화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 1 :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생활


 일단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공산당의 압제에 일반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 주도의 정치 시스템은 유지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여러 면에서 생각보다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단서가 하나 있다. 당이 정한 레드 라인만 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세 가지 레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중국 공산당이 허용하지 않는 레드 라인 (Red Line)

1. 공산당의 권위에 대한 도전
2. 국가 분열 조장 (예, 소수민족 또는 대만의 독립 주장, 영토 문제 등)
3. 사회 불안 조장 (시위, 집회, 홍콩의 자유화 요구, 테러 등)


 서구 ‘선거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중국 정부를 독재 비난하는 행위는 1번에 해당한다. 중국 지도에서 대만을 빠뜨렸다면 2번에 해당한다. 홍콩의 자유화 요구는 '사회 안정을 해치는 행위' 즉 3번에 해당한다. 문제는 3번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 정부에 반하는 행동은 모두 '용공' 행위로 처벌받았다.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조건으로 (정치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불만은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관료의 부정부패 행위가 인터넷에 우선 퍼진 후 당 감독기관이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19를 발견하고 지인에게 알렸다가 공안당국에 잡혀가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를 안 하겠다’는 서약을 하고서야 풀려난 의사 리원량이 있다. 그가 코로나 19로 사망하고 그에 대한 온라인 추모 열풍이 불자 공산당 당국도 뒤늦게 미흡하게 대처한 공안 담당자들을 문책하고 리원량에게 ‘열사’ 칭호를 부여했다. 처음에는 그가 (3번)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지만 그의 말이 맞았음이 증명되자 태도를 돌연 바꾼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 생각처럼 탄압 일변도로 사회를 통제하지 않는다. 민심을 긴밀하게 관찰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


 홍콩 사례가 증명하듯 '자유로운 사회'가 '통제 사회'에 편입되는 것에 대한 저항은 대단하다. 하지만 중국 본토 국민들과 같이 '통제 사회'에서 '덜 통제된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은 대부분 이전보다 나아진 환경에 만족한다. 그리고 국가 통일과 사회의 안정을 위해 당과 정부의 통제는 14억 인구 대국의 국민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 2 : 분열에 대한 공포


 중국 공산당은 국가 통일(분리 반대), 사회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좀 오래된 조사이지만 2003년 여론조사기관 Roper에서 중국인들에게 사회적 가치들의 순위를 매기라고 했는데 '안정'이 2위를 차지했다. 다른 나라 국민들이 매긴 안정의 평균 순위는 23위였다. 중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보면 이해할 만도 하다. 유럽 열강, 일본의 침략, 반식민지로 전락, 국공내전으로 국가가 분열되었을 때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주체는 바로 민초들이다. 불만이 있어도 중국인들이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중국 공산당이 국가를 하나로 단결시키고 이제는 세계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이런 두려움을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정치인들이 여야 대립 극심하여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미국 트럼프와 바이든이 TV 토론회에서 품위 없이 상대방을 인신공격하는 모습을 부각하며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선진 시스템'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우리는 자유, 민주라고 쓰지만 중국인들은 그것을 분열, 혼란이라고 읽는다.  



이유 3 : 감시 기술의 진화


 정보 자유화가 민주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정보 통제가 되지 않으면 국가의 통제력도 약해질 수뿐이 없다는 가정이다. 적어도 중국에서 이는 사실이 아님이 증명되었다. 결론을 우선 설명하자면 인터넷 기술이 발전 속도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중국 보안 당국의 감시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에 CCTV는 약 3억 대로, 2022년 말까지 6억 4,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인구 2명에 CCTV 하나인 꼴이다. 2020년부터 중국에서는 '사회 신용 시스템'이 전면 시행된다. 전 국민을 기본정보, 금융정보, 사법 위반 사항 등을 종합하여 국민의 '신용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중국인뿐만이 아니라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도 대상이 된다. 중국 정부가 평가하는 '비윤리적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감점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의 출현이라고 우리는 불안을 느끼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이를 보고 사회가 더 안정되겠구나 안도감을 느낀다. 중국 공원 중앙이나 대형 교차로 가운데 배치되어 있는 공안 차를 볼 때마다 나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내 주위의 중국인들은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2018년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중국은 2,209명을 대상으로 중국 사회 신용 시스템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80% 이상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우리는 그 사람을 불쌍하다고 여기지만 정작 그 사람은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불행한 사람인가 아니면 행복한 사람인가?


중국은 붕괴할 것인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중국이 우리 '희망대로' 붕괴하지는 않는다. 사실 중국이 붕괴한다면 그것은 우리 경제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서구 민주주의가 가장 집중하는 아테네의 '아름다운 민주주의 시대'는 기원전 500년 경 솔론의 개혁부터 기원전 413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기까지의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였다. 아테네는 기원전 413년 스파르타의 군사주의, 기원전 338년에는 마케도니아의 왕국에 의해 정복된다. 기원전 146년에는 급기야 로마 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한다. 자유, 민주의 가치는 인류 진보의 방향임이 분명하지만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도 많은 문제점이 있고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자유 민주주의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붕괴할 것인가? 중국 공산당이 1978년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중국 공산당이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제한된 자유를 점진적으로 계속 허용해간다면 중국은 쉽사리 붕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역사를 역행하여 폭압적으로 인민을 통제하고, 착취하려 한다면 그때는 정말 위기가 올 것이다. 경제발전, 소수민족 관리, 부정부패, 도농 빈부격차, 인구 고령화  중국 공산당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은 적지 않다. 중국이 붕괴할지 아닐지는 이런 도전들에 대한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의 선택에 려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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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링크

 : 더 차이나 (서적, 박승찬 저)

 : 중진국 함정 (네이버 지식백과)

 : 중국의 개인 신용평가시스템 추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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